‘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편지를 써요

[마음글방 소글소글] 보내지 않는 편지 쓰기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의 집 입구에 사랑을 염원하는 여행자들의 메시지들이 가득 붙어있다.

사람들은 분노를 혼자서 삭이거나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분노는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외침이자 호소이며 요구입니다. 분노를 없애려면 분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분노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를 알려주는 마음의 지도 역할을 할 때가 있습니다.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이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혹시 여러분에게 죽도록 미운 누군가가 있으신지요. 죽도록 미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죽도록 미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미워해도 괜찮아”라는 자기 수용과 용서의 시작입니다. 미운 사람, 그리운 사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오해를 풀지 못했던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십시오. 적당히 미운 사람을 골라도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말, 분노, 원망 등을 다 쏟아내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이 편지는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는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보내지 않는 편지 쓰기’는 분노와 슬픔의 깊은 내적 정서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보내지 않는 편지 쓰기는 지금까지 잠재워두거나 외면한 감정들을 깨웁니다.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어떤 일이 떠오른다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해명하지 못한 억울한 일, 민망하거나 미안한 일들이 떠오르시나요. 이런 일들을 기억해보면 내가 주로 어떤 부분에 민감하고 어떤 일에 상처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보내지 않는 편지 쓰기는 ‘대화 기법 글쓰기’와 달리 일방적인 의사소통입니다. 중간에 방해를 받거나 토론을 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편지글은 말하듯 쓸 수 있는 가장 편한 글쓰기 중 하나입니다. 상대가 내 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그에게 말을 걸듯 쓰는 것이 잘 쓰는 요령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버리고 나면 의미 있는 의사소통의 길이 보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또 미워하는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하는지 의식조차 못 하는 삶은 더 괴롭습니다. 우린 감정을 토로해야 합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부르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생의 주도권을 놓아버리는 것이지요. 우린 무의식을 의식화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감정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누가 미운지 알게 되면 그 이유도 곧 찾을 수 있고 원인을 찾으면 대처할 방법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미움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인 듯합니다. 어쩌면 내가 쓴 편지의 대상은 내가 화해하기를 사랑하기를 죽도록 원했던 상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자신이 쓴 보내지 않은 편지의 답장을 써보십시오. 내가 미워했던 그가 돼서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일종의 역할 바꾸기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수도 있습니다. 보내지 않는 편지는 아무도 해치거나 상처 주지 않습니다.


미국 중동부 켄터키주의 한 산골에 나딘 스테어라는 한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그녀는 85세가 되던 어느 날 짧은 글 하나를 썼습니다. 시인도 작가도 아닌 평범한 할머니가 쓴 그 글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1993년 미국에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소개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춤도 자주 추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보리라.”(나딘 스테어의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약 ○○했다면 또는 만약 ○○하지 않았다면과 같은 생각이 계속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때 선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이후 인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쓰는 것을 ‘관점의 변화 기법’ 글쓰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결혼하지 않았다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때 약속 장소에 나갔다면 또는 나가지 않았다면, 편지에 답장을 썼더라면 등 선택하지 않았던 상황을 가정하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아래의 질문에 답하면 해보지 않은 일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일 ○○했다면 ○○했을 것이다.

내가 만일 ○○하지 않았다면 ○○했을 것이다.

글·사진=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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