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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情談] 좋은 성적보다 좋은 습관이 더 중요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두산베어스 40년 팬이다. 한 해 몇 번은 경기장을 찾고 틈날 때마다 경기를 시청한다. 김태형 감독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타자는 자기 스타일에 들어맞는 공만 잘 치면 된다.” 프로선수에게 당부하는 말로는 너무나 기본적인데 곰곰이 따져보면 곱씹을 점이 적지 않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고, 좋은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라도 바라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형편없는 선수에 불과하다. 상대 선수가 순식간에 공략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타자도 똑같다. 타자는 혼자서 아홉 명과 싸우는 불평등 게임을 한다. 10번에 3번 출루하면 다행인데, 선구안이 모자라 자꾸 나쁜 공에 손대면 타율은 확 떨어진다. 볼넷이 쏟아지고 헛스윙이 난무하는 경기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 투수든 타자든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은 경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고 지켜보는 팬에 대한 예의이다.

그러나 기본의 강조는 팬으로서 잘 이해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투수나 이상한 공에 스윙하는 타자가 프로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프로 작가가 어법을 모르고 비문이 넘치며 묘사를 못 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야구에 소질을 타고난 아이들이 열 살 무렵부터 날마다 훈련을 거듭한 끝에 프로선수가 된다.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니 누구나 기본을 갖췄을 법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기력이 엉망인 투수나 타자가 무수하다. 기본 능력이 아예 덜 잡힌 프로선수라니, 어불성설이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눈앞의 승리에만 집착하는 입시 야구가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힘차게 공을 던지고 타자는 좋아하는 공에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는 일에 충실하기보다 어린 투수에게 변화구를 익혀서 기교를 부리게 하고 타자에게 복잡한 작전 수행을 요구하는 야구가 결국 선수를 망친다. 지나친 선행학습이 학습 기초를 무너뜨려서 학생의 창의성을 빼앗듯 이런 야구에 익숙해지면 고치기 힘든 나쁜 습관이 몸에 붙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습관은 강한 중독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뇌는 관련 신경망을 구축한 후 그 행동을 할 때마다 도파민 등 호르몬을 분비해 쾌락 중추를 자극한다. 이렇게 자기 중독을 일으켜 신경망을 점차 강화하는 것이 습관이 형성되는 경로다. 따라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굳어진 뇌의 회선을 재배열하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된다.

호흡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은 누구나 호흡을 잘하나, 노래나 연기에 필요한 호흡을 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유전자 도움을 받아 획득한 자연스러운 호흡 습관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숨을 멈추면 죽으므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집중하지 않아도 호흡할 수 있을 때까지 산소를 이용해 신체를 길들인다. 산소가 모자라면 큰 고통을 주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 기분 좋게 함으로써 규칙적 호흡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래나 연기를 하려면 이와 달리 상황에 맞춰 길게, 짧게, 느리게, 빠르게 숨 쉴 줄 알아야 한다. 필요할 때 바라는 대로 자유롭게 숨 쉬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연습해 보면 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 노래나 연기가 즐거운 사람조차 대부분 실패하기 쉽다. 먹는 걸 바꾸고 운동을 해서 살을 빼는 데 성공한 이들처럼 고통을 이기면서 오랫동안 연습을 반복한 드문 소수만이 세상에 재능을 드러낸다.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습관을 바꾸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인간의 첫 번째 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입시 야구 탓에 생겨난 나쁜 습관을 이기지 못하고 해마다 많은 선수가 사라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이 눈앞의 성적보다 평생 반복해도 좋은 습관을 이루는 데 집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 이것이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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