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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이준석 신드롬과 목회자 정년 연장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36세 0선’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압도적 표차로 1등으로 본선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오는 11일 치러질 본선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준석 신드롬’은 수구보수 꼴통 정당으로 이미지가 각인된 제1야당은 물론 내로남불 끝판왕인 집권 세력에도 세대교체와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던 집권 세력은 조국과 윤미향,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 권력을 쥐자 자신들이 비판해온 보수 정권의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 청년층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취직은 안 되고 집값은 치솟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은 한탕을 노리며 ‘영끌’해서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을 발탁해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은 정당하다’고 바른 소리를 하고 네거티브 공세 대신 비전과 미래를 얘기하는 또래 젊은이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길어 올리려는 것이리라.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정년은 사실 무의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각 분야의 노령화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조직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감안해 기업은 30, 40대 임원도 나오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이런 목소리에 둔감하다. ‘올드보이’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교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예장합동은 목회자 정년연구 공청회를 열었다. 각 교단들은 정기총회에 목사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헌의안을 올리곤 한다. 예장합동을 비롯해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대다수 교단은 목회자 정년을 만 70세로 정하고 있다. 예장백석 등 일부 교단은 만 75세로 정년을 연장했다. 목회자 정년은 현재 60세로 돼 있는 공무원이나 기업체 직원 정년에 비해 길다.

상당수 교단이 목회자 은퇴 이후 연금(은급)제도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데다 농촌 교회들은 목회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년 연장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후배 목사들에게 길을 터주고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 교인수 1만2000명의 대형 교회인 선한목자교회가 유기성(64) 목사 은퇴를 1년여 앞두고 42세의 젊은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풍유시 ‘불치사(不致仕)’에서 눈이 어두워져 공문서를 읽지 못하고 허리가 굽어도 명예와 이익을 탐하며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을 꾸짖었다. 공자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로 청년 시절의 여색, 장년기의 다툼, 노년기의 탐욕을 들었다. 노년기엔 몸은 예전 같지 않고 회한만 남다 보니 명예와 의리는 사라지고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이 들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생물학적으로 노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로 자리보전에 연연하기보다 하나님께 받은 은총을 세상에 나누는 인생 2막을 열어가면 어떨까. 10여년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연수 시절 만난 80대 미국인 노교수는 은퇴 후 미국에 공부하러 오는 아시아인들의 정착을 도와주곤 했다. 그러면서 성경공부 모임을 만들어 복음을 전했다. 미국 교회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의사 부부는 여름휴가 때면 아프리카로 의료선교를 떠났다. 혹자는 은퇴 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고상한 제2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반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젊은 목회자들도 생계가 어려워 이중직 목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회한 목회자들이 더 자리 욕심을 내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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