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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칼럼] 한반도기에 없는 독도, 일본 영토엔 있다


연이은 日 우익정부의 한국 무시와 견제로 임계점 넘어
도쿄올림픽 보이콧 청원으로 누적된 불만 분출
독도, 때에 따라 표기해도 되고 표기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
우리의 지나친 대일 저자세가 ‘독도 침략’ 같은 사태 자초

한반도기(북한은 통일기로 부름)는 남북의 상생과 평화,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 땐 어김없이 한반도기가 휘날렸다. 한반도기는 1991년 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최초의 한반도기엔 독도가 없다. 국토 최서단 마안도, 최남단 마라도도 마찬가지다. 남북이 제주도를 제외한 섬을 생략하기로 합의해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통일기에 독도를 그려 넣은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행사장에서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처음 게양됐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독도가 선명한 한반도기가 쓰였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때도 그랬다.

반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마카오동아시안게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된 한반도기에선 독도가 사라진다. 독도가 때에 따라 표기해도 되고, 표기해선 안 되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땅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조차 독도 없는 한반도기를 사용한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의 로비를 받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의 압력으로 빚어진 서글픈 현실이다.

평창올림픽 때 IOC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건 개최국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이었다. 아이러니다. 당시 노동신문은 ‘독도는 신성한 우리의 영토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독도 표기가 어떻게 정치적 사안으로 될 수 있는가”라며 “통일기에 독도를 표기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며 평화와 친선을 기본 리념으로 하는 올림픽경기대회와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부당한 결정은 그 배후에 일본 반동들이 있다는 것을 웅변으로 실증해주고 있다”며 직접 일본을 겨냥했다. 북한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게 대신한 셈이다.

남측에도 뼈 있는 한마디를 보탰다. “독도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영토이고 그와 관련된 문제는 곧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 문제, 존엄 문제이다. 말로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울 것이 아니라 외세의 간섭과 압력에 당당히 맞서 실지 행동으로 독도수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에게 한 말을 행동과 실천으로 옮길 때가 왔다.

매년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던 일본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버젓이 일본 영토로 표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반도기에서 사라진 독도가 어디 갔나 했더니 다케시마로 둔갑했다. 평창올림픽 때 정치적 이유를 들먹이며 우리에게 독도 삭제를 권고했던 IOC가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엔 조용하기 그지없다. 일본은 강하고, 한국은 만만해서 그런가.

연이은 일본 우익정부의 한국 무시가 임계점을 넘었다.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보복 차원으로 단행한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2년이 다 돼가고 있고, 강창일 주일대사는 부임 넉달 만에 신임장을 제출하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의 거센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후쿠시마 오염수 무단 방류도 결정했다. 견제 또한 거세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선 상대 후보를 지원했고 한국의 미국 주도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를 방해했다.

이런 이유들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쿄올림픽 보이콧 청원이 한두 건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극일 의지를 다짐했었다. 수출전쟁에선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로 오히려 일본이 손해봤다는 평가가 일반적일 정도로 선전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에 대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거뒀다. 그러나 이번 독도 도발의 경우 대응수단이 마땅찮아 보인다. 일본의 수준 이하 코로나19 대응을 구실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수도 있겠으나 5년간 땀 흘린 국가대표 선수를 생각하면 쉽게 꺼내들 카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오만과 방종을 그대로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건 우리의 지나친 대일 저자세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사실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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