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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재개발·재건축 정상화가 답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정부가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당시 서울시가 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정부는 공공참여형 재건축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서울시는 별도 브리핑을 통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조합이 원하는 정비사업을 하도록 규제를 풀어 재건축시장을 정상화하되 임대·소형주택 등을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시를 힘으로 눌러 앉혔고,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시 시장에선 민간 재건축을 묶어놓고 공공 재건축만으로 주택공급 목표(5만 가구)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선언했다. 첫 신호탄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이다. 이 가운데 주거정비지수제는 2015년 박원순 시장 때 도입된 것으로 법적 요건 외에 주택노후도, 주민동의율 등을 점수화해 재개발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시만의 행정 지침이었다. 이는 뉴타운 광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재개발 사업을 억제하려는 서울시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지만 주민 요구와는 괴리가 있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서울 시내에 신규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주택공급이 억제돼 왔던 게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날 국토교통부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4차 선도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오 시장의 발표로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 재개발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적이라는 사실이다. 수익성은 낮지만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공공이 나서야 신속한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수익성이 높아 민간 재개발이 효율적인 지역이 있다. 정부가 서울시와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신속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의해야 할 때다. 결국 공공 주도의 도심 개발이냐 민간 재개발이냐의 선택은 주민들의 몫이다.

물론 재개발·재건축 정상화의 전제는 부동산시장 안정과 투기 억제다. 오 시장도 “재개발 재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를 먼저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투기 세력들은 항상 빈틈을 노리고 법망을 빠져 나간다는 점을 명심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 발생의 허점을 보완하는 등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의 주거정비지수제처럼 재건축 사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안전진단 기준이다. 정부는 재건축발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2018년 2월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주거환경(주차대수·층간소음), 설비노후도(전기배관 등)와 같이 실생활에 관련된 사항보다는 구조 안전성에 50% 가중치를 두면서 지어진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도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서울시는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안전진단 기준을 마련해 국토부에 개선을 건의했다. 이번 기회에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되 재건축에 따른 과도한 수익은 공공기여 방식으로 기부받아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서울시가 국토부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함께 재건축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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