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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의 밥상+머리] 죽순밥을 지으며

최현주 카피라이터·사진작가


툰툰은 힙합 가수다. ‘Examplez’라는 밴드의 멤버였던 그는 잘생긴 외모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반 가게 종업원에게 요즘 가장 뜨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툰툰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은서와 준서 이야기를 하던 때였다.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가 한참 인기몰이를 하던 2005년의 일이다. 베트남에서 트린 꽁 손이 작곡하고 가수 칸 리가 부르는 노래에 매료된 나는 이후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인들이 즐겨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묻곤 했다.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애잔한 발라드로 우리 귀에 익숙한 트린 꽁 손의 곡과 달리 20대 힙합 가수의 노래는 다시 듣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 나라의 음반 몇 장과 그들의 복권 한 장을 사오는 것은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툰툰은 14살 소년이다. 내가 미얀마 여행을 한 2005년으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나서 다시 내 귀에 쏙 들어온 이름 툰툰. 만달레이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던 툰툰 아웅은 집 앞에서 군경이 쏜 총탄을 맞고 숨졌다.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소년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소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2005년의 스타 툰툰은 지금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뉴스를 보니, 소년의 엄마가 머리를 치며 울부짖었다. 지난 4월 봄날의 일이다.

미얀마 길거리에서는 공을 차고 노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축구공이 아니라 대나무로 엮어 구멍이 숭숭 난 공. 6명이 한 팀이 돼 이 공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오래 차고 노는 ‘친론(Chinlone)’은 미얀마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전통경기다. 만달레이에서는 매년 6월 친론 대회가 열린다. 언젠가 친론에 관한 단편영화를 본 적 있는데, 친론은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라기보다 오히려 춤에 가까워 보였다. 경쟁보다는 협력과 합일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것.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내가 본 미얀마인들의 삶이 또한 그랬다.

저녁으로 죽순밥을 짓는데, 미얀마 뉴스는 여전히 암흑이다. 재래시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둥근 대나무 공. 대나무 공예품 매장에는 기념품으로 작게 만든 것도 있었는데, 나는 왜 그걸 사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친론이 단순한 전통놀이 그 이상임을 그때는 몰랐다. 그들처럼 죽순을 절여 보관하는 대신 나는 5월 중순에 전라도에서 삶아 보낸 죽순을 깨끗하게 씻어 납작하게 썰고 길게도 썰어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 흰쌀을 씻어 죽순과 표고버섯을 넣고 붉은 당근도 송송 썰어 올린 후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밥을 짓는다. 햇완두콩도 한 줌. 밥이 되는 동안 쪽파와 청홍고추, 참기름과 깨소금, 약간의 매실청을 넣은 양념장을 만든다.

이상하게도 미얀마의 음식 맛이 떠오르지 않는다. 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이 대개 절인 죽순 같은 맛이었던가? 승려들에게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갓 지은 밥 ‘타밍우바웅(Htaminubaun)’을 공양하고 길거리에서 평화롭게 친론을 하는 그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최현주 카피라이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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