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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은 유명한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 집필을 1948년 시작했다. 3년 전 총선에서 실각한 뒤 서재로 돌아가 53년까지 6권의 회고록을 탈고했다. 1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2차 대전 종식 직후까지의 상황을 시간순에 따라 기술했다. 그가 영국 총리로 전쟁 상황을 지휘했기 때문에 회고록은 마치 현장을 보듯 생생하다.

그의 회고록은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53년 노벨문학상을 탔다. 당시 유력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한 해 뒤로 밀어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전기적인 서술의 완성도 그리고 고양된 인간의 가치를 옹호하는 빼어난 웅변”이라고 회고록을 평했다.

자서전과 달리 회고록은 특정 시기, 특정 사안에 집중한다. 다른 이의 삶에 평론을 곁들이는 평전만큼은 아니지만 자서전에 비하면 객관성에 더 무게를 둔다. 처칠의 회고록도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영국이 속했던 서부전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동부전선이나 태평양 전쟁에 관한 기술은 약하다. 됭케르크 철수작전 등 연합군의 공훈은 상세하게 썼지만 윤리 논란을 빚은 독일 드레스덴 폭격 등에 대해서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18 왜곡으로 재판 중인 전두환 회고록에 이어 김일성 회고록 출간으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끝인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란 회고록을 냈다. 그는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대로 책 내용이나 출간의 적절성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책을 내는 건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1심 판결도 나지 않았고 가족 재판도 진행 중인데 회고록을 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여권은 다시 ‘조국 신드롬’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국민에게는 그의 회고록이 분열을 재연하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재판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게 재판부에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주장들이 얼마나 참고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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