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춘추-남도영

[여의춘추] 돈을 준다니 좋기는 한데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정부가 다시 재난지원금을 줄 모양이다. 여름휴가에 맞춰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을 검토 중이다.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구 최대 100만원이 지급됐다. 건국 이후 처음이었다. 14조3000억원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 정도 금액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보다 적으면 곤란하다는 여권 내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논쟁이 벌어진다. 쟁점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도움이 되느냐, 둘째 효과가 있느냐, 셋째 국가 재정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이냐다. 당혹스러운 것은 정치권과 언론,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놓는데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이나 학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해도 ‘이게 옳다’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첫 번째 질문은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주는 게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느냐’다. 국민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니 명쾌한 답변이 어렵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100만원 받아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황이 힘든 사람들에게 100만원은 밀린 월세를 낼 수도 있고, 애들 운동화를 사줄 수 있는 귀한 돈이다.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도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기도 사이에서 벌어졌던 논쟁이 대표적이다. KDI 보고서는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30%에 그쳤다”고 분석했지만, 경기도는 “재난지원금 지급액 대비 1.85배의 소비 효과를 견인했다”고 반박했다. 두 기관이 정반대의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은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계산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누구 방식이 옳으냐고 따져 묻기 시작하면 결론 없는 논쟁이 돼버린다.

국가 재정 부담 논쟁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4차례 지급된 재난지원금 규모는 50조9000억원이었고, 5차 재난지원금을 15조원라고 가정하면 총 65조9000억원이 된다. “재정 부담이 되더라도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이 정도는 쓸 여력이 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라면, “올해 국가채무가 956조원인데 계속 국가채무를 늘려서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둘 다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가 있으니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기 난감하다. 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잦다. 좀스러운 사람보다는 몇조 원 정도 쓰자는 사람이 인기가 있는 법이다.

올해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재난지원금 확대에 반대하자 여권으로부터 “나쁜 사람” “어느 나라 장관이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원 논의에서는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세여서 그런 것일까.

걱정스러운 것은 돈 좀 풀자는 ‘화끈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4일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말하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 날 “징집된 남성들에게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4월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 지사가 안심소득 논쟁을 벌였는데, 안심소득의 재원 규모는 17조원이었다. 다들 통이 크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시즌에 들어갔다. 돈을 아끼겠다는 사람보다 돈을 풀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기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논쟁적인 공약이 될 기본소득을 필두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조정, 대형 국책사업 등 돈 들어갈 곳이 곳곳에 널렸다. 재난지원금의 세 가지 쟁점은 정답이 없지만, 분명한 건 있다. 공짜는 없으며, 빚은 언젠가 누군가는 갚아야 한다. 빚을 내는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습관적 결정이어서는 곤란하다. 재난지원금을 준다니 좋기는 한데, 조금 불안하다.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예요’라는 식당 문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소고기 사주겠다는 정치인을 주의해야 한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