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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북·중 협력 강화의 의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북·중 관계는 국제사회에서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양자 관계다. 북한 폐쇄성에 더해 중국도 북한 관련 사안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는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쉽지 않아 관련 전문가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지금 상황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며칠 전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이달 상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북한이 밝힌 회의 안건은 지난번 중앙위에서 제시한 주요 사업 진행을 총화하고 향후 추진 방침을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가 이 사업들의 추진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완료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외 전략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북·중 간에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달 27일 다소 이례적 방식으로 만났다. 정상 외교에 주로 활용되는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견이 진행되고, 노 마스크로 악수하는 사진이 보도에 사용됐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해협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들이 언급된 직후의 움직임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대응해 북·중 협력을 과시하는 의도가 뚜렷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북·중 관계에는 몇 차례 부침이 있었다. 2017년에는 언론을 통한 비난전이 전개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그런데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면서 북·중 관계도 빠르게 개선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2019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북 등 두 차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 과정이 북·중 관계 회복 시기(1999~2006년, 2009~2012년 등)와 다른 점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연대감을 강조하고 전략적 협력 강화를 천명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 문제와 국제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과 조정을 강조했는데 이는 전략적 차이를 의식한 표현이다. 최근에는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공조의 의미가 담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미국의 대화 제안에 대한 북한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2018년 중국은 북·미 대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입장이 유지되면 북·중 협력 강화가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중 협력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견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큰 방향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북·미나 남북 사이에 대화를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북·중 협력은 북한의 요구 조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북·미 간 힘겨루기에서 북한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 문제를 북·중 관계에 종속시키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중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더라도 북한이 경제 협력 등에서 남북 관계보다 북·중 관계에 더 주력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서 원심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고 이를 한반도 공존과 공영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 두 문제에 대한 주의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 주도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한 만큼 기존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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