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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한국 정치는 부동산 정치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공법학)


며칠 전 여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만 빼면 경기 상황과 정책 등이 모두 문제가 없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이 자랑들 하시라”고 했다. 의기충천해야 할 초선 의원 68명은 조국 자서전 소동과 종합부동산세 완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냈고, 심지어 대통령께서 불편해하실 얘기는 하지 말자고 사전 합의를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모임은 제대로 할 말도 못하고 달랑 기념사진 한 장씩만 들고 영빈관을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좋아라 하며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언젠가 자신들 정치 인생에 독이 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들의 정치적 삶의 장도에 걱정이 되는 것은 과거 전두환·박근혜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몰두했던 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하나만 빼고는 모두 잘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사과를 안 했으니 부동산도 평균은 했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특징은 부동산이 경제고, 정책의 대부분이다. 부동산 정책이 흔들리면 나라가 휘청거린다. 오죽했으면 노무현정부에서 장관 등을 역임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007년 건설교통부 장관 당시 “한국 정치는 부동산 정치”라고 했을까. 그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국회에서 한국 정치는 백약이 무효이며 부동산 정책만 잘 관리하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포화 현상을 우려하며 파격적인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인물이다. 지방분권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이른바 지방분권 3법 통과에 힘을 기울였고, 각종 투기적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다. 노태우 정권 당시 제정됐던 토지공개념 3법 중 토지초과이득세법·택지소유상한법이 위헌 선언된 이래 유일하게 명맥만 유지됐던 개발이익환수법의 강화 외에 추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까지 제정해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용섭 당시 주무장관은 저 말 한마디로 비난에서 벗어났다. 그는 또 “집값 폭등에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정책도 책임자도 최악의 조합이다. 정교한 정책도 없고 포퓰리즘만 판을 친다. 그러다보니 세입자에게 1억원을 손에 쥐어주며 제발 나가 달라고 비는 나라가 됐다.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연일 불거졌다. 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를 ‘영끌’로 매입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직’을 버리고 ‘집’을 택한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임대차 3법 통과 직전에 전셋값 기습 인상을 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등. 게다가 개발사업 내부 정보를 이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는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정치는 국민 뜻을 헤아리는 것이지만 정책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정치와 정책을 혼돈했고, ‘내 편 무오론’에 젖어왔다. 유능한 전문가들은 배척됐고 무능한 ‘내 편’만 중용됐다. 실패한 내 편을 또 다른 자리에 갖다 꽂았으니 당연히 새로운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부동산 정책은 입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에도 국민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절대다수 의석으로 야당을 옥죄며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기대를 접은 지 오래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조언을 깡그리 무시했다. 우리 국토는 오로지 실패가 예정된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온갖 억측이 돌았다.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유산·무산 계층화를 심화시켜 사회주의 국가로 가려는 장기 집권 플랜이라고도 했다. 하향 평준화로 남북 간 격차를 줄이고 대중(對中) 의존도를 높여 미국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이런 정책 실패가 실수가 아니라 고도로 계획된 전략이라는 얘기까지도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 부작용인 지가 급등과 투기 현상에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인정했던 것은 지금에 비하면 너무 순진했다.

한국 정치는 부동산 정치다. 부동산 정치의 실패는 모든 정치의 실패다. 정치는 잘하고 싶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안정 정책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정치가 되고, 최악의 대통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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