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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항공업계 통합, 철도 발전의 타산지석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부)


지난해 11월 코로나19로 시름하는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다. 두 기업의 통합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와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통합 국적항공사가 탄생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운행 노선과 시간대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마일리지 사용 등의 제약이 사라져 고객 만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철도산업이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철도산업 특성상 협소한 영업거리에 다수의 운영자가 존재하면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이러한 산업 특성과는 정반대로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2016년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말뿐인 경쟁체제였다. 개통 4년이 지난 지금도 코레일이 경쟁사인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에 주요 업무 대부분과 인력을 지원해주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SR은 알짜노선인 고속선만 운행하며 흑자를 유지해 온 반면 코레일은 SRT 개통에 따른 수요 전이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쟁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선(善)으로 인식된다. 경쟁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절제돼야 하는 곳도 있다. 바로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공익성과 영리성의 균형을 꾀하며 사기업이 맡기 힘든 일을 한다. 지나친 영리성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특히 코레일과 같은 시장형 공기업은 자주적 재정 확충을 통해 공익을 달성해야 하는, 공익성과 영리성이라는 상반되는 가치를 함께 좇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공기업에 있어 경쟁은 사기업과는 다르게 인식될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의 이원화로 인한 코레일의 적자가 일반철도와 벽지노선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처럼 과거의 정책 결정을 이제는 뒤집을 때가 됐다. 그때의 상황적 논리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도 뒤집는 것이 공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철도에도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통합 시너지는 항공업계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고속철도 수익이 일원화되며 중복비용이 해소돼 경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그 결과 KTX 요금 인하가 가능해져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차량 운영 통합으로 열차 운행 횟수도 늘고, 마일리지와 발권매체가 일원화돼 더 쉽고 편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완전 경쟁체제였던 항공업계도 통합을 위기 극복 방법으로 선택했듯 철도 역시 불합리한 경쟁이 아닌 발전을 위한 통합이 필요하다. 둘이 아닌 하나의 철도로 가짜 경쟁 없이, 차별 없이, KTX와 SRT라는 구별 없이 전 국민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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