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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기본소득 섣부른 도입은 도박… 표심과 맞바꾸려 해선 안돼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한창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재명 경기지사)이냐, 안심소득(오세훈 서울시장)이냐, 공정소득(유승민 전 의원)이냐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아직 전세계적으로 이 제도를 본격 도입한 사례가 없는 데다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섣부른 도입은 위험부담이 만만찮다. 기본소득의 취지가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고 경제성장에 따른 부의 재분배에 있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시스템을 뒤흔들만한 요소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근’ 안 먹힌 핀란드의 실험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2017~2018년 국가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실험한 핀란드의 사례를 보자. 핀란드의 현 실업구제제도는 실업자가 적극적인 구직 활동 등을 하지 않을 경우 2개월치 실업수당을 박탈하는 구조로 돼 있다. 핀란드 사회보건부는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월 560유로(약 72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는데, 실험에서 이들을 3가지 부류로 나눴다.

첫 번째 부류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되 구직활동 등의 조건이나 수당지급 제한 등의 제재가 없도록 했다. 두 번째 부류는 최저소득 수당을 받을 경우 근로 소득을 공제하도록 하는 제한을 없앴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수령자들이 고용정책 당국에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최근 국내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이 실험을 성공사례로 꼽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해 5월 핀란드 정부가 낸 최종보고서는 그 결과 평가에 매우 신중하다. 부문마다 엇갈린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험대상 실업자들은 기본소득 지급 이후 생활에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10점 만점에 7.3점을 부여했다. 기존 실업수당 수령자(6.8점)보다 다소 높다. 구체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3%로 기존 실업자들의 응답비율(8%)보다 늘어났다. 가계수지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율도 28%로 기존 실업자의 32%보다 낮았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22%로 10%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반면 측정기간인 2017년 11월부터 1년간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취업일수 증가효과가 6일에 그쳐 가장 중요한 일자리 증대에는 기존의 실업구제제도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핀란드 정부는 평가했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의 재정상태 호전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을 뿐 보장돤 기본소득의 결과로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를 알아보려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이번 실험의 한계를 실토했다. 연구에 참여한 헬싱키 대학의 헤이키 힐라모 교수는 “기본소득 정책에 포함된 당근이 고용을 늘리는 데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어지럽히는 미국 재난지원금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향후 기본소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으나 역시 그 부작용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을 늘린 미국 사례가 대권을 꿈꾸는 한국의 잠룡들이 눈여겨 봐야할 타산지석이다.

4월 농업부문을 제외한 미국내 일자리가 3월에 이어 두달 연속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당초 시장 컨센서스였다. 그러나 미국 고용통계청이 발표한 실제 수치는 4분의 1에 불과한 26만6000명에 그쳤다. 5월 55만6000명으로 늘어났지만 67만5000명이라는 시장 예상치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복귀 거부현상으로 자영업자의 44%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의 소득 유지 효과가 근로활동을 통한 급여를 대체하고도 남는 상황에서 근로의욕이 살아날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재난지원금, 추가실업수당 등 정부이전 금액의 소득 대체율(기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8%에서 145%로 3배 늘어났다. 수치상으로 145%의 소득대체율을 뛰어넘는 임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구인율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구인난은 임금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이미 인플레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자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재직중인 27개 주 가운데 25개 주에서 추가실업수당 조기종료를 발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추가실업수당은 오는 9월 종료 예정이었다.

기본수당은 정치인 쌈짓돈이 아니다

핀란드와 미국의 사례는 국민들에게 단순히 현금을 안김으로써 복지체계가 갖춰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찾는 것처럼 무모한 도박임을 보여준다. 남아도는 석유를 팔아 돈을 지급하는 미국의 알래스카주나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애초 비교대상이 아니다.

경기도에서 청년층에 지급해 온 연간 100만원 정도의 용돈 차원을 떠나 생애에 걸쳐 생계를 책임지는 규모의 ‘완전 기본소득(국내총생산의 25%)’은 국가 전체의 고용복지 정책을 뜯어고쳐야 하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기초연금, 노령수당, 실업수당 등을 개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 하고 있는 비대면 경제와 자동화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구조 변화 추세도 감안해야 하는 등 경제시스템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적게는 연간 40조~50조원, 많게는 500조원이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대대적인 세제개편 연구와 함께 납세자인 기업과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기본소득은 표심과 맞바꾸면 되는 정치인 쌈짓돈이 아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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