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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설렁탕 설전

천지우 논설위원


노벨상 수상자를 끌어와 시작된 기본소득 논쟁에 설렁탕과 돼지국밥까지 동원됐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벌인 설전 이야기다.

지난 4일 이 지사가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비난한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는 제목이었다. 전자는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에스테르 뒤플로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부부를, 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유 전 의원을 가리킨다.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세계적 석학의 주장이 더 믿을 만하지 않겠느냐는 게 글의 요지였다.

그러자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KDI 출신인 윤 의원이 이 지사를 향해 “책은 읽어보셨나요?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십시오”라고 반격했다. 바네르지·뒤플로의 책에는 보편기본소득이 가난한 나라에 유용하고 선진국에는 적절치 않다고 돼 있는데, 이 지사가 이를 잘못 끌어다 썼다는 지적이었다.

이 지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5일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후진국”이라며 “복지후진국에선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네르지·뒤플로를 잘못 인용했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윤 의원은 “한번 뱉은 말을 합리화하려고 악수를 거듭 두시니 안쓰럽다”고 했다.

이 지사는 7일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명시돼 있는데 그 당 인사들은 기본소득을 비난한다며 “간판은 설렁탕집인데 파는 건 돼지국밥이라 손님들이 혼란스럽다”고 비꼬았다. 그는 설렁탕(기본소득)을 비난하려면 ‘설렁탕전문’ 간판(정강정책)부터 내리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정강정책의 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남의 집 간판 노려볼 시간이 있으면 프리마 안 풀고 설렁탕 육수 제대로 낼 궁리나 하시지요”라고 받아쳤다. 설렁탕 설전에선 이 지사가 영 밀리는 모습이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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