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도포럼

[여의도포럼] 다시 생각해야 할 ‘서울선언문’ 이후의 과제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하나뿐인 지구’를 외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지구는 더욱 몸살을 앓고 있다.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인류가 견딜 수 있는 총량으로 계산한 ‘탄소 시계’는 이제 겨우 6년7개월의 시한이 남았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30~31일 정부·기업·시민사회 연대와 실천 전략을 논의하는 ‘P4G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는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는 원년으로 서울회의는 그동안 ‘기후악당’의 지탄을 받아 왔던 한국의 의지와 실천력을 보여줄 기회였다.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켰고 탄소중립 모범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녹색포장 말잔치 그만’하고 행동에 나서라고 소리친다.

탄소중립(넷제로)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 있는 탄소를 신기술로 제거해 실제 탄소 증가량의 효과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시켜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를 끌어낸 것이 2015년 파리협정이다. 세계는 넷제로 시점을 2050년으로 보고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의 감축량(NDC)을 오는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때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10대의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이래 기후위기를 세상에 호소하며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년 전 스웨덴 스톡홀름 의사당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그는 이제 세계적 툰베리 세대를 결집하는 상징이 됐다. 이들의 주장 가운데 두 가지 핵심은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탄소중립을 위한 신기술이 과연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냐는 지적이다. 영국과 스웨덴의 기후과학자 3명이 최근 영국 학술지 ‘컨버세이션’에 발표한 내용이다. 1988년 나사 고다드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핸슨에 의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과 이것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보고됐다. 세계 정상들의 움직임이 바빠졌고 이후 탄소 제거 내지 온도상승 억제를 위한 3가지 방법이 제시됐다. 먼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지하나 바다에 저장하는 기술이다(CSS). 그리고 화석연료 대신 식물재배를 통해 재생 가능한 바이오에너지로 탄소 흡수·저장과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새 기술(BECCS)이 소개됐다. 끝으로 지구 성층권에 수백만t의 화학물질을 살포해 태양 반사율을 조정하는 지구공학적 방식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배출된 탄소 흡수와 저장 장치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단 한 번의 실험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응용된 적이 없다. 바이오에너지 방식은 대량 속성작물재배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대량의 물소비, 종다양성 파괴, 대규모 지역주민 이주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지구공학이론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이들 과학자는 지구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기술은 없으며, 오직 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지구촌 툰베리들의 질타는 기후위기와 대응 전략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혹은 국내에서의 양극화 심화와 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이다. 국제 다자간 회의는 이윤 중심주의가 만든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인권, 경제, 사회적 위기에 대해 무관심했다. 부국에 의한 자원의 무한한 소비와 탄소 배출의 산물인 기후위기가 이제 빈국 국민의 경제·사회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한 신기술로의 전환은 동시에 많은 실업자와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관한 정치·기업 지도자들의 관심은 별로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기후테크(기후신기술)를 이윤 창출의 기회요 신성장동력으로 환영하는 모습만 보인다.

2020년의 세계 팬데믹 경제 침체는 탄소 배출 6.4%의 감소를 가져왔는데 2021년 경제 회복과 함께 탄소 배출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 하에서 과연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이제는 희망이 아니라 과학으로 정직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정상회의를 모처럼 이끈 한국이 탄소중립 모범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