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티페미니즘 앞세운다고 ‘이대남’의 삶 좋아지나”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세대론이 각광받게 된 배경으로 약화된 지역갈등을 들었다. “한국에서 세대론은 정치적 맥락과 분리할 수 없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서고 지역주의가 점차 쇠퇴하는 시점에 세대가 새로운 갈등의 축으로 포착이 됐다. 그게 점점 확장돼 지금은 정치적인 균열을 얘기할 때 세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됐다.” 윤성호 기자

신세대, X세대, 88만원세대, N포세대…. 새로운 세대에 대한 관심과 그들에 대한 호명은 늘 있어왔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름 붙여진 ‘이대남’(20대 남자)은 단연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보수정당 대표가 탄생할 것인지 주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20~30대인 MZ세대를 둘러싼 세대론과 ‘이대남’ 정치, 이준석 현상, 남혐 논란 등을 김선기(32)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에게 물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2019년 세대론을 비판한 ‘청년팔이 사회’라는 도발적인 저서로 주목받은 MZ세대 청년 문제 연구자다. 올해 초 청년학 교과서도 출간했다.

-MZ세대처럼 정치부터 성과급·임금 체계 개선 논의까지 ‘온라인 투쟁’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2030세대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정치적 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건 386뿐이었다. 386에게 붙은 민주화세대라는 말이 가진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그다음 X세대는 정치적으로 결합되기 위한 명칭은 아니었고, MZ세대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처럼 보이기 시작한 건 이번 재보선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치적 실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크고 많이 분열돼 있어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년담론은 온통 ‘이대남’이다.

“20대 남성의 정치적 선호가 처음으로 탐구 대상이 된 건 2018년 말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남성과 영남지역, 자영업자층에서 떨어졌다면서 ‘이영자’라는 이름을 붙였던 게 ‘이대남’으로 바뀌었다.”

-‘20대 남자는 보수화된 괴물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썼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젊은 세대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이 세대의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 어느 쪽에도 특별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니다. 20대가 보수를 찍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때 20대 대부분은 그에게 투표했다. 데이터상으로 젊은 남성이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건 맞다. 그런데 그것을 ‘이대남의 분노’라며 놀라운 일로 설명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얘기를 해보자. 이 후보는 과연 ‘이대남’의 대변자인가.

“젊은 남성들이 자신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없다고 느끼던 상황에서 갑자기 힘을 가진 존재가 내 말을 들어주고, 이 사람이 당대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기대가 모여 만들어낸 게 이준석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이 후보가 말하는 내용들로는 청년의 고통에 원인이 되는 것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돼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이러한 지지는 일시적인 것으로 쉽게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남’을 겨냥한 이준석 후보를 비롯한 반페미니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대 남성의 다수가 아무리 안티페미니스트라 해도 이념 경제 안보 복지 같은 문제를 제치고 반페미니즘을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삼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총선만 해도 20대 남성 다수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그때도 20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 담론을 공유하고 있었다. 투표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변수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이대남’을 향한 구애가 파괴력이 크지 않으리라 보는 건가.

“반페미니즘을 내세운 시도가 실제로 20대 남성의 삶을 개선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 할당제 폐지가 실행되고 군 가산점이 부활한다고 해서 취업이 되거나 집값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 페미니즘 친화적 정책은 쉽게 폐기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제스처 이상이 되기 힘들다고 본다.”

-여성 할당제는 물론 청년 할당제도 폐지하겠다는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어떻게 보나.

“할당제를 폐지하면 청년의 삶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대답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할당제 폐지를 외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할당제가 ‘상상의 적’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할당제의 실체가 사실 별로 없을뿐더러, 특히 정치권 청년 할당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국회에 한두 사람 들어간다고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반영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청년 할당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청년 고용 문제 때문이다.”

-청년 고용 할당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일 텐데.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할당이 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조금이라도 더 제공된다. 그래서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할당을 5%로 늘리거나 민간기업으로 확대하자는 법안들이 나오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거기에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자를 뽑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청년 할당 폐지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게 의아하다.”

-이준석 현상에는 세대교체라는 순기능도 있지 않나.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단순하게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사람만 바꾸는 게 굉장히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교체가 단순히 50대에서 30대로 바뀐다는 게 전부가 아닐 텐데 말이다.”

-1000만명이 넘는 청년세대를 몇몇 특징으로 규정하려는 세대론은 위험하다고 했다.

“특정한 세대들의 특징이라고 상상되는 것들이 가짜 의미 부여 같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적이다’ ‘회식을 싫어한다’ ‘직장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20여년 전 X세대를 설명했던 말인데 MZ세대에게 반복되고 있다. 어떤 특징이 최종적으로 그 세대를 다 설명하는 것처럼 말하는 세대 분석에는 반대한다.”

-청년을 새롭고 탐구해야 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비판했지만 윗세대들은 청년을 알고 싶어한다.

“세대론이라는 게 대부분 요즘 애들이 어떤지 궁금해하는 어른들의 언어다. 청년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대통령도 ‘90년생이 온다’를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할 게 아니라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하면 될 텐데. 알고자 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건 좋지만 계속해서 청년들은 뭔가 다르다고 얘기하는 게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대주의는 특정한 연령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축적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실제로 최근 조사들을 보면 청년층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상당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부정적인 편견인가.

“자립심이 없고 의존적이다, 어려운 걸 모르고 자랐다, 너무 국가에 바라는 게 많다.…”

-이것 역시 부정적인 편견일 텐데, MZ세대가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라는 자의식 때문에 주식부터 코인까지 ‘빚투’ ‘영끌’하는 한탕주의에 빠져든다는 우려가 많다.

“조귀동씨의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말하듯 세대가 문제가 아니라 세습이 문제다. 내가 부모보다 가난해도 부모가 다 물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상황이라면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라는 말이 수정돼야 한다. 코인이나 주식 투자도 세대 내에서 계층화돼 있다. 청년세대 내에서 영끌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상당한 자원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된다.”

-문재인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청년 문제=일자리 문제’로 보는 게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했는데.

“청년 문제가 일자리 문제이긴 하다. 다만 일자리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의 소득 수준이나 안정성, 그 일자리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문제인데 항상 실업률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게 그동안의 청년 정책이었다. 이건 이전의 모든 정부도 그랬던 부분이다.”

-청년기본법을 만든 정부이고 가장 다양한 청년 정책을 추진했다는 평도 있는데, MZ세대는 왜 등을 돌렸나.

“청년 정책의 도입은 정치적 색깔과 관계없이 응원받아야 할 일이지만 중요한 건 그 정책이 체감되느냐의 문제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나 청년수당은 최대 300만원인데 아파트값은 하룻밤에 몇천만원씩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정책만 한다고 청년들의 지지를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청년 정책이 필요한가.

“청년 문제는 종합적인 문제다. 일자리, 주거, 빚, 교육 모두가 문제다. 지금의 청년 문제는 국가의 운영 원리 자체를 완전히 뒤엎지 않고서는 풀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생애주기별로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정책의 일환으로 청년 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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