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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리사이클모어산

라동철 논설위원


미국 중북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정상부는 거대한 조각상이다. 정상(1829m) 아래 화강암 암벽엔 조지 워싱턴(1대), 토머스 제퍼슨(3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등 미국 전 대통령 4명의 얼굴이 각각 높이 18m, 너비 9m 크기로 조각돼 있다. 1927년부터 14년간 깎고 다듬어 41년에 완성한 조각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G7 정상회의 개최지 영국 콘월에 러시모어산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상징물이 등장했다. 정상회의 정식 멤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7개국 정상들의 얼굴상이다. 영국 예술가 조 러시의 작품으로, 명칭은 리사이클모어산(Mount Recyclemore:E7). 작가는 전자기기 폐기물이 더 쉽게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버려진 각종 전자제품을 쌓고 이어붙여 형상화했는데 E7의 E는 전자 쓰레기(Electronic waste)를 뜻한다.

TV 냉장고 에어컨 휴대전화 게임기 조명기구 등 무수한 전기·전자제품들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마구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전자 폐기물은 5260만t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81만8000t을 배출했다. 1인당 15.8㎏ 꼴로 미국(21.1㎏) 일본(20.4㎏)보다 적지만 세계 평균(7.3㎏)의 배가 넘는다.

전자 폐기물을 소각하면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매립을 해도 중금속이 흘러 나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가급적 오래 사용하고, 고장이 나면 수리해 더 쓰고, 버릴 경우엔 재사용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해 배출량을 최소화해야 할 텐데 소비자도, 생산자도, 정부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전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자 정상회가 열리는 호텔 건너편에 리사이클모어산을 전시한다고 하는데, 과연 각국 정상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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