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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사정기관 대선?

손병호 논설위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은 대표적인 사정기관이다. 이 4곳과 ‘재계의 저승사자’인 공정거래위원회를 통상 5대 사정기관으로 부른다. 얼마 전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들어섰으니 공정위 자리에 공수처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들 사정기관과 그 출신들이 대선 판에 주연배우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에 직을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금주 들어 사실상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 여기에 더해 아직 현직에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와 소통해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10일 “최 원장의 대권 도전 결단의 시간이 오후 3시라고 한다면 지금은 정오쯤 됐다”고 말했다. 둘 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를 공격하는 데 최선봉 역할을 해주리란 기대감에서 대선주자로 추대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의 발탁 은혜를 배신했다”고 비난했지만 현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으니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이상한 대선 판에 이제는 공수처까지 엮여드는 양상이다. 공수처가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윤 전 총장을 상대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사정기관장 출신이 정권에 반발해 대권 꿈을 꾸게 된 것도 희한한 풍경이지만, 여권 주도로 출범한 사정기관이 대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 야권의 지지율 1위 주자를 수사하고 나선 것도 자연스럽게 보이진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공수처가 정치공작을 벌이는 야수처가 됐다”고 반발했다.

앞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가 진척된다면 대선 판이 ‘공수처의 블랙홀’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이번 대선은 ‘사정기관 대선’으로 불러야 할지 모른다. 여야 모두 차기 대선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얘기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흘러가는 양상은 점점 더 그 반대인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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