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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얀센 백신, 직접 맞아봤더니

조성은 국제부 기자


“얀센 백신은 빨리 놓으면 아프답니다. 천천히 놓겠습니다.”

의사의 말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류와 무관하게 코로나19 백신의 악명은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접해 잘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갔던 건 “인생 최악의 몸살을 겪었다”는 후기였다. 엄살이 심해 가벼운 감기 기운에도 괴로워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무서운 말이었다. 진료실에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주삿바늘이 어깨 근육에 들어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기 한 달쯤 전에 무릎 수술 때문에 3박4일 동안 입원한 적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혈액 검사를 받고 수액과 진통제, 마취제 등 약물을 투여하느라 열 번 가까이 주삿바늘을 몸에 꽂았던 것 같다. 이런 일반적인 주사는 바늘이 들어올 때나 잠시 따끔할 뿐 약물이 들어가거나 피를 뽑을 때는 별다른 감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 주사하는 사람의 실력이 좋으면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바늘이 꽂힐 때 통증은 똑같은데 뭔가 묵직한 질감의 물질이 몸을 파고드는 감각이 꽤 거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워낙 흉악한 녀석이라 백신도 그에 걸맞게 고약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삿바늘을 뽑은 뒤에도 이물감은 그대로 남았고 꽤 강한 근육통이 뒤따라 찾아왔다. 병원에서 15분간 대기하며 예후를 지켜볼 때는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했다. 나보다 먼저 주사를 맞고 대기실에 머무르던 한 남성은 지인과 통화하며 “어깨에 뻐근한 느낌이 정말 심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조금씩 불안해졌다. 어떤 사람은 지독한 근육통과 두통, 오한까지 찾아왔다던데 혹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의사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더 심해지면 병원에 다시 찾아와 수액을 맞으라고 설명했다. 타이레놀은 이미 준비해뒀기 때문에 약간의 두통이라도 나면 바로 먹을 작정이었다. 선제적 차원에서 백신과 함께 수액도 병원에서 맞고 올 걸 그랬나 싶기까지 했다.

의사는 귀가 후 세 시간 동안 집에서 대기하며 몸 상태를 지켜보라고 일러줬다. 그 말대로 집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기다렸는데 별다른 특이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약간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느낌이 있긴 했지만 백신 때문이라기보다는 저녁 식사 전이라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게 아니었나 싶었다. 주사 부위의 거북한 느낌도 차츰 가라앉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어깨 운동을 격렬히 한 뒤에 나타나는 근육통과 비슷했다. 회사는 백신 접종 후 최대 이틀까지 휴가를 쓸 수 있다고 공지했는데 이래서는 쉬겠다는 말조차 꺼내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나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적인 몸 상태도 백신을 맞기 전과 다른 게 전혀 없었다. 또래 중에 백신을 맞은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역시나 비슷한 반응이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은 면역력이 강한 20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던데 나도 이제 젊은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어깨의 근육통만큼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해외여행을 했었다. 2년 가까이 외국에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니 ‘언제쯤이나 백신을 맞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막상 백신을 맞고 스마트폰에 예방접종 증명서까지 설치해도 내가 ‘백신 피접종자’가 됐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음 달부터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면제되고 사적 모임 제한 인원 기준도 적용받지 않는다던데, 아직은 그 혜택을 굳이 누리고 싶지가 않다. 백신을 맞은 후에도 조심한다는 측면보다는 그저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괜히 눈치가 보일 것 같아서다.

조성은 국제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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