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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IT 기업은 다를 것이라는 착각

김준엽 산업부 차장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큰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상사의 폭언과 갑질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한국 기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에 대한 분노가 더 큰 것은 정보기술(IT) 기업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혁신’을 내세우는 IT 기업의 문화는 더 수평적이고 열려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 네이버, 카카오 등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테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혁신가들의 일탈은 종종 목격된다. 결과는 치명적이다. 잘못된 행동이 기업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공유오피스를 표방하며 2010년 등장한 위워크 사례다. 위워크는 창업자 아담 노이만의 자유분방한 캐릭터와 맞물려 성장의 시너지가 났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노이만의 기행이 잇달아 드러났다. 노이만은 가족을 임원과 이사회에 포진시키며 비난을 받았다. ‘위(We)’를 상표권으로 사뒀다 회사에 되팔기도 했고, 상장을 앞두고 지분을 매각해 7억 달러를 챙기기도 했다. 결국 위워크는 IPO에 실패했다. 공유오피스 비즈니스 자체의 한계 때문이지만 노이만의 막무가내 경영도 큰 영향을 끼쳤다. 노이만은 물러났고 한때 470억 달러에 달했던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15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도 사내 성 추문, 인종차별, 타사 지적재산권 침해 등이 불거지면서 2017년 물러났다. 캘러닉은 버티려 했지만 투자자들이 상장을 앞둔 우버의 미래를 위해 그가 물러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상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 모욕이 장기간 이어진 데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인사위원회에서 검증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일궈온 이들이 여전히 현직에 많이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네이버에서 수평적인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더라도 창업자와의 관계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는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도 직원들을 업무적으로 압박하고 인격 모독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애플에서 쫓겨나고 다시 복귀하면서 달라졌다. 책임을 나눌 줄 알게 됐고, 다른 이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리더가 됐다. 애플은 잡스가 복귀한 후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에 등극했다.

네이버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해 보인다. IT 기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만 내놓는다고 역할을 다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바야흐로 환경·사회문제·지배구조(ESG)가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조직 문화와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회문제 영역에 둘지 지배구조 영역에 둘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요한 건 기업이 사회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수준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선전 덕분에 한국은 구글에 검색 서비스를 점령당하지 않은 몇 개 안 되는 나라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네이버를 응원할 수 있길 바란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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