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기고

[기고] 고리1호기 성공적 해체를 위한 조건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17년 6월 18일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영구정지 이후 정부와 원전산업계는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부산 경북 등 원전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기술교류회, 워크숍 등을 통해 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실효성 있는 일감이 조기 발주돼 해체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이후부터 지금까지 발주된 해체사업들은 사용후핵연료 냉각 보관을 위한 정비, 유지관리 및 해체기술 개발 관련이 대부분이다. 해체기업들이 해체 현장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사전 해체 작업이나 공사는 발주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사성 오염이 없고 해체 시 일반 산업체와 동일한 산업폐기물만 발생하는 터빈건물 내부 기기와 구조물의 해체는 현행 원자력법에 대한 보수적 해석으로 인해 해체 승인 이전엔 착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영구정지 이후부터 승인 이전까지의 해체 활동에 대해 해체기업들이 사전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미래에 발생할 사업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쇼즈-에이(Chooz-A) 원전은 해체 인허가 승인 전 터빈건물을 우선 철거했고, 일본 도카이 원전도 해체 승인 전 터빈건물 내부 설비와 구조물을 해체하고 해당 건물을 폐기물처리시설로 전용한 사례가 있다. 미국의 버몬트양키 원전과 스페인의 조리타 원전도 해체 승인 전에 방사성 오염과 무관한 냉각타워, 디젤발전기 및 변압기 등을 해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영구정지 이후, 해체 승인 이전까지 기간에 수행할 수 있는 계통세정 및 위험물질 제거 등의 해체 활동을 별도로 규정해 해체기업들이 참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공적인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서는 관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해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정립해 향후 해체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영구정지와 해체 본 공정 전의 과도기 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의 현장 검증과 관련 연구개발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 등에 근거해 방사성 오염과 무관한 터빈 등의 계통 및 구조물 해체를 해체 승인 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 기관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체 승인 이전에 수행 가능한 해체 활동을 규정함으로써 해체기업들이 미리 예측해 준비할 수 있도록 원전 해체 관련 국내법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개선된 법 제도 아래에서 국내 해체시장 확대와 글로벌 해체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