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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누가 내 돈을 빼돌리나

김찬희 디지털뉴스센터장


구글의 한국 자회사인 구글코리아는 2004년 3월 출자금 1억6500만원의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1인 이상의 사원(주주)이 출자하고 출자액만큼만 책임을 지는 게 유한회사인데,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매출조차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법이 바뀌어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 공시 의무를 안게 됐다. 올해 4월 구글코리아는 처음으로 재무제표를 공시했다. 공개한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으로 2201억4332만9574원, 영업이익으로 155억9236만6734원을 거뒀다. 법인세로 96억5022만4098원을 냈다.

그런데 숫자를 보면 ‘고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네이버는 연간 5조원, 카카오는 4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앱마켓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구글코리아가 최소 3조2100억원, 최대 4조9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추산한다. 도대체 5조원과 2201억원의 차이는 왜 생겼을까.

생산공장이 없는 IT 기업은 서버 소재지를 ‘사업장’으로 지정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의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서 발생하는 매출은 구글코리아가 아니라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에 잡힌다. 서버가 구글아시아퍼시픽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매출은 대부분 광고 수입에 국한된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싱가포르 정부에 세금을 내는 이상한 구조인데, 왜 싱가포르일까.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 조세피난처(Tax Haven)다. 싱가포르 법인세는 단일세율로 17%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최고 법인세율은 27.5%,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 세율은 17%(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다. 조세피난처로는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영국령 저지섬, 룩셈부르크, 스위스, 미국의 마이애미·델라웨어 등이 있다. 세계 헤지펀드 가운데 4분의 3이 뿌리 내린 케이맨제도에는 상장회사 8만여개의 지사가 몰려 있다. 미 델라웨어주 월밍턴에 있는 업무용 건물인 1209 노스 오렌지 스트리트에는 21만7000개의 회사가 밀집해 있다고 한다. 모두 도관회사(Conduit Company)다.

사실 구글,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은 ‘세금 관리(조세회피) 세계’에 갓 진입한 신입생이다. 오랫동안 여러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치밀하고 복잡하게 깔아 놓은 파이프라인을 따라 조세피난처로 보내왔다. 세금을 피하고 이익을 숨기는 행위는 성실한 납세자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법인세율 인하 경쟁 중단을 선언하고, 최소 세율을 15%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기업 소재지(사업장)에 과세하는 조세 체계에도 손을 대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법인세를 걷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번 합의의 일등공신은 코로나19다. 각국은 감염병 대응, 경기 방어에 큰 돈을 썼다. 부족한 세수를 채운다는 목적과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불러들일 기회라는 셈법이 손을 잡았다. 다만 갈 길은 멀다. 모든 나라가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내라고 하지만, 모든 나라에 공정하게 골고루 세금 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겨야 할 게 있다. 세금을 피해 몰려든 돈, 빼돌려진 돈은 어떤 경제적 가치도 생산하지 않는다. 조세회피는 자본 유출, 투자 위축, 세수 감소 등을 잉태한다. 부패, 불공정, 불평등으로 쉽게 변질하고 때로 파국을 불러온다. 변화와 진보는 과거의 실패,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김찬희 디지털뉴스센터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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