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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세금을 피해가는 부자들

천지우 논설위원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터무니없이 적은 세금만 내고 있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폭로한 미국 최상위 부자 25명의 연방소득세 납부 내역이 그런 내용이다. 2014~2018년 사이에 늘어난 25명의 자산 총액은 4010억 달러(448조원)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이들이 낸 소득세는 자산 증가액의 3.4%인 136억 달러(15조원)에 불과했다.

특히 세계 최고 부자인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2007과 2011년에, 2위 부자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2018년에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비결은 간단하다. 이들의 재산 증가는 대부분 보유주식에서 비롯되는데, 불어난 주식 가치는 장부상 이익일 뿐이다.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지 않으면 세금을 물지 않는다. 필요한 현금은 주식을 팔지 않아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막대한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 대출 금리는 주식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보다 낮다. 또 대출 이자를 내면 그만큼 소득공제도 받는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급여를 받을 필요도 없다. 얼마 안 되는 돈 받아봤자 세금만 물게 된다. ‘무보수로 일하는 CEO’라는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게 낫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거나 저택을 팔 때가 돼서야 소득세를 낸다.

이런 세금 회피 방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불공정해 보이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소득이 아닌 자산에 과세하는 ‘부유세’ 도입 시도가 나온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3월 순자산이 5000만 달러 이상인 가구에 연 2%의 부유세를 매기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워런 의원은 갑부 25명의 소득세 납부 실적을 접한 뒤 “매우 충격적”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부유세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부유세를 실행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로 여겼지만 가능성을 없애버린 상태는 아니라고 전했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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