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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기독교학교의 공공성과 자율성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기독교 대학에서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하는 경우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으면 헌법이 보장하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판단 때문에 종교계와 교육계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채플에 관한 이런 취지의 결정이 기독교 중고등학교로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 대학은 1998년 숭실대 채플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학생들이 대학 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채플을 운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인권위가 판례를 뒤집는 권고를 해 기독교계 대학교나 중고등학교는 똑같은 처치에 놓여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많은 기독교 대학이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떤 대학은 다음 학기 입학 요강에 채플이 필수라는 사실을 공지하기로 신속히 조치했고, 다른 대학은 채플 대체과목을 운영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들은 채플을 교회의 예배와 구별되게 진행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더 근원적인 주제, 즉 기독교 대학을 포함한 기독교 학교의 공공성과 자율성에 관한 건강한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다. 기독교 학교는 한편으로는 공교육 체계에 편입돼 있으므로 공공성을 존중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설립 목적에 맞게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자율성을 갖고 교육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지닌다. 이 두 과제를 두 마리 토끼처럼 서로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갈등과 혼란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성과 자율성 관계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소모적 논쟁은 줄어들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율성을 배제한 공공성의 강조는 시대착오적 획일주의와 다를 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육의 공공성은 다양성과 자율성에 기반을 둬야 하며, 이 점에서 기독교 학교에 부여된 사명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이 어떻게 공공복리에 기여하는가에 대해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며, 그 이념을 최대한 공정한 방식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인권위 판단이 학생의 종교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대학 자치의 원리, 사립종립대학의 종교교육의 자유 등을 하나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동의하기 힘든 내용은 현재 서열화돼 있는 대학의 왜곡된 구조 때문에 학생들이 실제적 학교 선택권이 없고, 이에 따라 사립종립대학의 종교교육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왜곡된 구조 때문에 생기는 폐해에 대해 한쪽에서만 책임을 지라는 일방적 판단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의 범위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인권위 결정은 기독교 학교에는 도전이자 기회이다. 현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기독교 학교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교육 당국과 사회 전체가 대학 서열화 등의 왜곡된 교육구조를 바로잡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립대학이 고유한 정체성에 기반해 특성화를 이뤄 학생들이 각각의 관심에 따라 폭넓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될 때 모든 당사자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것이다. 그런 미래로 가는 길에 기독교 중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한국교회의 맡겨진 사명은 실로 크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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