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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반디앤루니스

한승주 논설위원


1990년대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로 대형 서점이 인기였다. 서울 종로서적 등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시대에는 꽤 익숙한 풍경이었다. 시간이 훌쩍 흐른 2021년, 이제는 책을 사기 위해 굳이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온라인으로 편하게 주문하고 빠르게 배송받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면서 그 많던 동네 서점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13년간 명맥을 이어가던 한강문고 같은 중형 서점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던 서점 ‘책과 밤, 낮’은 지난 11일 폐업했다. 그래도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은 끄떡없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에 이어 오프라인 매출 순위 3위인 프랜차이즈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16일 어음 약 1억6000만원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기 때문이다.

반디앤루니스는 곤충인 반딧불이와 달빛의 라틴어인 루니(Luni)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반딧불의 불빛과 눈에 반사된 달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형설지공’의 고사성어에서 유래했다. 1988년 서울 무역센터 아케이드에 문을 연 서울문고가 이 서점의 효시다. 반디앤루니스라는 명칭은 2000년 만들어졌다. 온·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서점인데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비중을 두고 있다. 매장은 신세계 강남점 등 8곳에 있다. 2018년에는 영풍문고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러다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서점에 가는 사람은 점점 줄었다. 경영 상황이 안 좋다는 소문이 퍼지며 출판사들이 이 서점에 책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그렇게 계속 나빠졌다.

서울문고의 부도는 오프라인 서점이 얼마나 살아남기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책을 들춰보고, 산책하듯 책을 고르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문득 사람들로 붐볐던 그 옛날 서점 풍경이 그리워진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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