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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공은 여전히 미국 코트에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로 한국은 쿼드 가입 없이도 미국 주도 신국제질서에 안착했다. 그러나 미국이 평화보다 민주주의만 외치고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재가동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를 존중하고 남북 협력도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행동하지는 않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공을 북한 측에 넘겼다고 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공이 넘어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이 미국 코트에 있으니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은 경쟁 정당의 전직 대통령이 불량국 북한과 약속한 것을 존중한다고 했으니 대화에 응하라면서 활발한 외교로 미국 입장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은 싱가포르 합의를 상당 부분 이행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 했으므로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라도 이행해야 회담에 나오겠다는 것이다. 미국 태도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해 호리병에 넣은 음식을 대접하면서 왜 안 먹느냐고 따지는 격이다.

이제 미국이 말을 행동으로 실천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진정으로 기여해야 할 때다. 북한이 핵을 만들고 인권을 탄압하는 말썽꾼임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러나 옛 소련과 동구 공산정권이 제재와 압박으로 붕괴했는가를 검토해 보면 해답은 간단하다. 결정적으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개혁과 투명성(글라스노스트), 신사고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 결국 그들 체제의 한계와 내부 모순으로 붕괴하도록 유도해 성공한 것이다.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와 압박 위주의 대북 정책은 김정은을 고르바초프가 아니라 스탈린이 되도록 몰아갈 위험성이 있다. 더구나 동구 지도자들에게는 무너져가는 소련이 후원자였지만 김정은에게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후원자 중국이 국경을 접하고 있다. 북한 인구는 상하이와 유사하므로 중국은 상하이를 먹여 살린다는 마음이면 북한을 손쉽게 구제할 수 있다.

이런 정황에서 동구 공산정권 붕괴와 소련 해체로 열린 탈냉전 초기에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공존공영하는 ‘지구촌 한마을’ 시대를 열자는 것이 시대정신이었음이 부각된다. 이런 인류 염원에 따라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21세기 질서를 평화와 공동번영 기조로 만들려 한다면, 북한의 불량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이 지역 질서를 근본에서 흔드는 북핵을 제거하는 데 우선적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 북한에 외부 요인으로 체제 유지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장해준다는 각오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제재 만능주의와 인권 규탄으로 인권 개선은 고사하고 북핵 협상조차 못하기보다 제재 완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북핵을 해결하면서 신뢰 증진과 함께 인권 개선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함을 역사는 보여준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최소 비용으로 압도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은 제쳐두고 민주체제 국가들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 북한과의 대결 전선 최전방에 내세우려 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미국이 이런 의심을 말끔히 씻어주는 매력적인 초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차 세계대전 후 과거 적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부흥을 위해 마셜플랜을 행했던 관용적이고 지혜로운 미국의 참다운 초강대국 모습을 다시 한번 한반도에서 보고 싶다. 미국이 공존공영의 지혜로 북핵을 해결하고, 중국 체제가 미국과 달라도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국제질서의 주축이 된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미국을 직접 위해하지 않는 한 공정한 협력과 경쟁을 해나간다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존경을 받는 모범적인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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