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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세금으로 집값을 잡고 싶다면

양민철 이슈&탐사2팀 기자


올해 6월이 오기를 지난해 가을부터 기다렸다. 집값이 잡힐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맞나 틀리나 보고 싶어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였던 중진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서였다. 그는 “언론이 이걸 안 써준다”며 말문을 열었다. 올 6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최고 82.5%)가 적용되기 전 집값이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세금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현재 양도세 중과 대상이 70만채가 넘는다. 이 중 절반만 매물로 나와도 35만채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는 셈이다. 이 정도 물량이면 가격 조정 효과가 상당하다. 일단 서울 강남부터 매도세가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까지 시작되면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영끌’한 젊은 사람들은 후회할 것이다.”

그의 예측대로 영끌한 젊은이들은 후회하게 됐을까. 한국부동산원이 매달 발표하는 주택매매지수는 올해도 플러스 행진이다. 집값이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올랐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 증여했고, 강남부터 매도세가 시작되는 일도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시장에 나온 매물도 집값 오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만약 언론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받아쓰기만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여당은 최근 슬그머니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지가 9억원 이상에서 ‘상위 2%’로 바꾸고,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폭도 넓혀주겠다고 했다. 무주택 실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그 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 여건은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한국은행도 과열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다음 달 시작된다. 당장 집값 하락은 아니어도 중단기적 추세 변화로 이어질 요인들이다. 달라진 점을 꼽자면 여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내년 대선이 점점 다가온다는 사실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수년간 쉴 새 없이 오른 부동산 시세 차익을 회수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지다. 다주택자들은 이제 정말로 집을 내놓기 어려워졌다. 판다면 양도 차익의 상당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1주택자 양도세 혜택 확대는 매물 증가와 관련이 없다.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것뿐이다. 빵처럼 집을 금세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결국 다주택자 매물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전에도 팔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 팔 이유가 있을까.

‘매물 잠김’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6월 1만5000건을 넘었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 1월 5771건으로 줄었다. 4월에는 1665건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올 1~4월 거둔 양도세 세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조9000억원 늘었다. 거래는 줄었지만 건당 세액이 늘어서다. 지금 집값이 올라서 현금을 챙기고 있는 건 정부뿐이다.

정말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쏟아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을 파는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를 아예 안 걷다시피 하면 된다. 매도자는 양도세 내는 것보다 더 높은 차익을 거두고, 매수자는 현 시세보다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 줄어든 양도세 금액만큼 중간 가격이 새롭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인 간 위장 거래 등 편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여당이 말하던 소위 ‘부동산 감독원’에 단속을 맡기면 된다. 투기꾼 잡는 일보다 더 바쁘겠지만 제대로 된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정말 세금으로 집값을 잡고 싶다면 이렇게라도 해보라.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까지 하겠는가.

양민철 이슈&탐사2팀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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