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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업무 방식 ‘뉴노멀’ 논쟁 활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연합뉴스

유럽은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재택근무 의무화, 식당 영업금지 등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시행되다가 최근 여름휴가 기간을 앞두고 관련 지표가 개선되자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난 15개월 동안 지속돼 온 상황을 바탕으로 어떻게 뉴노멀에 적응해야 할지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현재의 위기가 종료되면 업무 성과, 웰빙 등의 여러 측면에서 근로자의 사무실 출근에 대한 원칙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관한 논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사무실은 일하는 곳, 집은 휴식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또한 코로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가 포괄적인 재택근무를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 양성평등 등이 매우 중시되는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가 봉쇄정책(lockdown)을 추진하며 재택근무도 강요했기 때문에 사무공간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재택근무로 번역되는 ‘텔레워킹(teleworking)’은 엄격히 말하면 ‘원격근무’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무실에 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개념의 핵심으로 집뿐만 아니라 카페, 스마트워크센터 등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시민 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봉쇄 조치를 시행하다 보니 텔레워킹은 최근 재택근무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매일 출근하던 사람들이 출근을 하지 않게 되면 우선 개인은 이동에 소요되던 시간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면 교통 수요 감소로 혼잡비용도 줄어들고 공기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늘어날수록 조직 구성원 간 교류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할 때만 연락을 취하게 되고, 일상 대화를 통한 아이디어 교환, 동료에 대한 이해심 향상, 후배에 대한 멘토링 등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국제기구 같은 경우 직원들이 자기 나라에서 재택근무할 경우 시차로 인해 실시간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한 업무와 사적 영역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당초 일과 가정의 균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됐던 재택근무가 오히려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높이기도 한다. 조직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과 개인의 목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데 조직 구성원 간의 일상적 상호작용이 줄어들면 재택근무 효과에 대한 개인과 조직의 시각차도 커지고 조직의 성과도 위협받게 된다.

물론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재택근무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적일 수도 있지만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한 입장만을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거주하는 주거의 규모가 매우 작을 경우 일과 개인생활의 분리가 어려우며 가족 현황, 거주지 통신설비 수준, 재택근무 지속 기간 등도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 같은 선진 지역도 이러한데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는 상황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 정책상 지난 8일까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의 재택근무가 원칙이었으나 식당의 실내영업을 허용한 9일부터 이에 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규제 조치들이 완전히 폐지되는 7월부터는 단계적으로, 그러나 상당히 빠른 속도로 근로자들이 근무지로 복귀할 것이다. 어찌 보면 위기 종료 시 근로자의 근무지 복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다. 하지만 많은 근로자는 오랫동안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필자도 프랑스의 봉쇄정책이 수개월간 지속되며 재택근무가 기본 원칙이었을 당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황인식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질문 중 하나가 위기 종료 후 사무실 복귀 시점이 오면 1주일에 몇 번 출근하고 싶은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매일 사무실에 나오겠다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은 극히 낮았고, 특히 10%는 하루도 나오고 싶지 않다고 답변해 매우 놀란 적이 있다.

재택근무는 개인이 출근을 하고 안 하고 문제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우선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혜택의 배분 문제다. 개인의 웰빙과 회사의 목표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결국 상충될 수 있는 가치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즉 고용계약서에 근무 형태가 명확히 규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혜택은 개인과 조직이 나눠 가져야 한다. 혜택을 어느 한쪽이 독점할 경우 갈등이 발생한다.

둘째는 신뢰의 문제다. 직원 평가는 그 사람의 성과물뿐만 아니라 평소 근무 태도, 세계관, 협동 정신 등 많은 요소에 기초한다. 재택근무가 확산할 경우 동료를 직접 볼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인에 대한 불신이 싹틀 수도 있다. 안 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재택근무는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적용 범위와 방법이 달라진다. 고위 간부의 비서직은 장기간 재택근무가 쉽지 않다. 함께 모여 실험을 하는 등 물리적 공간에서 협업이 필요한 직종도 재택근무가 어렵다. 결국 코로나 사태 이후의 뉴노멀에서는 다양한 근무 형태가 등장할 것인데 고용계약 형태 다변화, 유연좌석제 및 집중 근무시간제 시행, 화상회의 관련 기술적 보완 등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정리되기 위해서는 다각적 토론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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