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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뒤틀린 욕망의 무고한 피해자들

전웅빈 국제부 차장


멕시코시티 도시철도 12호선은 황금 라인(Golden line)으로 불린다. 가장 최신 노선이기도 하고, 공사 규모 또한 ‘역대급’이었다. 식별 색상도 황금색이다. 멕시코 독립전쟁 200주년, 멕시코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이 황금 라인 고가철도 일부 구간 붕괴로 사망자 26명, 부상자 79명의 대참사가 났다.

고가철도는 콘크리트 기둥 위로 고강도 스틸빔을 올려두고 그 위로 다시 슬래브 콘크리트를 깔아 만들었다. 슬래브 콘크리트가 바닥이 돼 그 위로 열차 레일이 깔렸다. 무게를 분산하고 구조를 더 단단히 하려고 스틸빔과 슬래브 콘크리트 사이 강철 스터드를 박아 넣었다. 스틸빔이 슬래브 콘크리트와 잘 붙어 있게 고정하는 역할을 강철 스터드가 한다. 그래서 스터드는 스틸빔에 단단히 용접돼 고정돼 있어야만 했다. 사고 후 엔지니어들은 스터드가 스틸빔에서 떨어져 나간 흔적을 현장 곳곳서 확인했다. 용접이 애초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차가 마지막 여정을 떠났을 때 슬래브 콘크리트와 스틸빔은 이미 분리된 상태였을 거라는 게 엔지니어 결론이었다. 공식 조사를 맡은 노르웨이 업체 DNV는 사고구간 일부 기둥에서 볼트가 빠져 있고, 서로 다른 콘크리트를 사용한 사실 등을 확인해 ‘구조 결함’이라 보고했다.

위험은 흔적을 미리 남겼다. 황금 라인 관련 수천 페이지 내부 문건에는 위험 경고가 최소 10년 치 쌓여 있었다. 2014년 시의회 조사에선 건설 기간 시가 저품질 작업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조사 때도 잘못 시공된 콘크리트와 철제 구성품 누락 오류가 발견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멕시코 사회는 유력 대선 주자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을 지목한다. 멕시코시티는 2007년 8월 8일 황금 라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고, 2012년 10월 30일 개통식을 가졌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2006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을 역임했다. 황금 라인은 에브라르드 장관의 상징인 셈이다. 그는 시장 임기가 끝나기 전 건설회사에 지하철 개통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규모 지하철 확장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사고구간 공사는 멕시코 최대 부호 카를로스 슬림 소유 건설회사가 맡았다. 황금 라인은 수천 개 작업이 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1시간 만에 개통 인증을 받았다.

참사 원인을 쫓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건 권력과 자본의 뒤틀린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의 희생자는 늘 무고하다. 15살 소녀 타니아는 생일 파티 때 입을 드레스를 사려고 언니와 시내를 갔다가 변을 당했다. 그녀는 구조됐지만 골반이 부서졌고, 걸을 수도 없다. 언니는 죽었다.

뒤틀린 욕망은 광주와 멕시코시티를 연결한다. 지난 10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지역 참사도 황망한 죽음을 만들었다. 아들 생일상을 차려주려고 시장에 다녀온 64세 어머니 사연은 타니아와 겹친다. 이 황망함은 모두가 알고 있는 구조적 부실, 바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닿아 있다. 사업을 따낸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 대부분을 가져가고 일부를 하청업체에 주면, 하청업체는 자신의 몫을 떼고 다시 이를 쪼개 말단 업체에 넘긴다. 말단 업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자신 몫을 늘리려고 한다. 싼값과 빠른 시간, 그래서 안전을 저렴하게 다루는 구조가 참사 불씨였다.

“불행하게도 겸손하고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사과다.

전웅빈 국제부 차장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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