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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난청 보청기 효과 커… 심도 난청 인공와우 수술 고려해야

[잘 들리나요? 난청, 늦기 전에 준비하자] ⑥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모든 질병이 그렇듯 난청도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된다. 난청은 이명(귀울림)이나 두통,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방치할 경우 우울증, 기억력 저하, 치매 등 2차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난청 진단을 받으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난청은 원인과 정도에 따라 치료 및 재활 방법이 다양하다. 중이염 등 소리 전달 통로(외이에서 중이의 고막·소리뼈까지)의 문제로 생기는 ‘전음성 난청’, 속귀(달팽이관) 내 청각세포나 이와 연결된 청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소음·노화성 난청 등 포함), 두 가지 특성을 다 갖는 ‘혼합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중이염이 생겨 소리 전달 기능을 못할 때는 염증을 제거하고 중이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으면 청력이 회복된다. 급성 중이염은 특히 감기를 앓고 난 아이들에게 많이 찾아온다. 호흡기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중이까지 들어와 염증을 일으키는 것. 6세 이하 어린이 80%가 한 번씩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귀에 통증을 호소하고 열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21일 “아이가 자꾸 귀를 잡고 비비면서 다 나은 듯했던 감기 증상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 급성 중이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 땐 해열제나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쉽게 낫는다”고 설명했다. 중이염은 재발과 합병증 위험이 높아 열흘 이상 치료해야 하는데, 증상이 좋아졌다고 성급하게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돼 고막 천공(구멍)으로 고름이나 진물이 나오면서 난청과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급성 중이염을 앓았던 아이 귀에서 진물이 나오거나 아이가 스마트폰·TV소리를 크게 듣는 등 난청 증상을 보이면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되기 전에 속히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릴 때 혹은 젊은 시절 중이염을 오래 방치했다가 나이 들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은 사람들도 종종 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유모(58·여)씨는 30대 때 앓은 중이염의 치료 시기를 놓쳐 영구 난청으로 진행됐다. 만성 중이염을 20년 이상 앓으면 영구적 난청 발생률이 배 이상, 고막 안쪽까지 염증이 퍼져 있는 경우 3.8배 높아진다는 연구보고가 나와있다. 박 교수는 “난청의 원인인 염증을 방치하면 작은 소리를 못 듣는 경도 난청부터 시작돼 평생 난청을 안고 살아야 한다. 중이염은 조기에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화나 소음 등에 따른 감각신경성 난청은 보청기나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 수술로 청력 회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특히 청력 역치(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크기)가 41~70데시벨(dB)에 해당되는 중등도, 중고도 난청의 경우 보청기를 통한 청력 재활이 필요하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최정환 교수는 “노화로 한 번 손상된 청각세포나 청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난청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보청기를 쓰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등도 이상 난청은 TV 볼륨이 점점 커지고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자꾸 되묻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게 되는 경우 해당된다. 최 교수는 “청력 역치가 56~70dB인 경우 보청기 착용 효과가 가장 좋다. 아울러 청력검사에서 단어 분별력(어음 인지도)이 50% 이상 돼야 보청기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청력 역치가 71~90dB의 고도 난청인들은 어음 인지도가 50% 미만으로 낮아서 보청기를 껴도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모든 소리가 낯설게 들린다. 초기에는 소리가 울리거나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시끄럽게 들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종대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많은 경우 사용자들이 보청기 사용과 적응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지 못하고 불편한 상태로 1~2개월 끼다가 사용을 포기하기도 한다”면서 “새로운 소리에 대해 파악하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집안 같은 조용한 곳에서 오전, 오후 1시간씩 한두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 보고 점차 착용 시간을 늘리고 실외에서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하루 8시간 이상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며 적응 기간이 길게는 6개월 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청기는 양쪽 귀에 착용하는 것이 이득이 더 많다.

이경원 한림국제대학원대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는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자신의 청력 상태, 생활환경, 경제력은 물론 보청기 유형, 소리 증폭 특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단어 분별 등 어음 인지도가 낮거나 소음 등 다양한 환경에서 대화가 필요한 경우엔 채널 수가 많거나 잡음 감소, 어음 강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잘 들리지 않으면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청력 역치가 71dB 이상인 고도, 심도 난청일 경우 대상이 된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 손상된 청각세포의 기능을 대신해 난청인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첨단 의료기기다.

성인의 경우 듣지 못한 기간이 30~40년을 넘지 않는다면 인공와우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듣지 못하는 선천성 난청 소아는 가능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3살 이하가 가장 좋고 적어도 5세 이내에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본인 부담 20%)을 받으려면 양쪽 귀 모두 고도 난청이상에 해당돼야 하고 그 외의 경우는 선별 급여(본인 부담 80%)가 가능하다.

아주대병원 난청센터 정연훈 교수는 “최근에는 심한 이명이 동반된 환자에서 인공와우수술을 통해 이명을 치료하거나 청신경 종양이 난청의 원인인 경우 종양 제거와 동시에 인공와우 이식을 시행해 청력을 회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 후에는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기기를 조율하는 맵핑(mapping)과 언어 재활치료(소아 3~5년, 성인 6개월)가 충분히 따라줘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별취재팀=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최예슬 송경모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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