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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선교사에게 진 ‘복음의 빚’ 어린이 사역으로 보은

호성기 목사의 ‘디아스포라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 <10>

미국 필라안디옥교회 성도들과 세계전문인선교회(PGM) 소속 선교팀이 2018년 7월 영국 웨일스에서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하고 있다.

개신교의 선교의 아버지 윌리엄 캐리가 인도로 선교사로 간 19세기부터 20세기의 디아스포라의 흐름은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향했다. 즉 북쪽에 있는 서구의 국가,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의 선진국이 남반구에 있는 후진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흩어졌던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날 디아스포라의 흐름은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구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 나라와 민족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디아스포라로 흩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영국 웨일스에 있는 시골의 한 작은 교회가 토마스 선교사를 조선으로 파송했다. 불행하게도 이때는 조선 시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선교사가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선 제너럴 셔먼호는 조선 군대의 공격을 받고 불타버렸다. 이때 토마스 선교사가 순교하며 던져준 성경을 받은 사람이 예수 믿고 변화해 목사가 됐다.

2세기가 흐른 지금 그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영국 웨일스는 부흥의 땅에서 복음의 불모지, 선교지로 전락했다. 수많은 교회가 이미 문 닫았고 목회자가 없는 곳이 많다. 2010년 11월 1일 조영태 목사가 어린 세 명의 딸을 데리고 성막침례교회와 뷸라침례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한국인 목사 부부가 빚진 자의 심정으로 웨일스인 교회를 섬기게 된 것이다.

두 교회 모두 주일학교가 없어진 지 10년이 넘었다. 두 교회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몇 명 남아 있었다. 성도들은 패배주의 영성으로 아무 비전 없이 무너져 가는 교회당 건물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조 선교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이 패배주의의 영성에 빠져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훈련시켜 부흥의 길에 나서야 하는지 막막했다. 이때 세계전문인선교회(PGM)를 만났다. PGM 사무총장은 미국 필라안디옥교회에서 매년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를 웨일스에서 개최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필라안디옥교회의 주일학교 담당 교사인 존과 캐시 박 부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민족은 웨일스에서 파송 받아 대동 강가 쑥섬에 뿌려진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 피로 복음을 받았다. 그래서 웨일스에 복음의 빚진 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저들에게 복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필라안디옥교회에서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섬겼던 그대로 웨일스의 어린 생명에게 복음의 빚을 갚는 게 어떻겠습니까.”

부부는 그대로 순종했다. 주일학교 전도사 등 4명이 웨일스의 어린이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미국에 흩어져 살던 한국인 디아스포라 4명이 조선에 복음을 전해준 웨일스에 복음의 빚을 갚으러 떠난 것이다.

하지만 웨일스 현지 성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노인만 있는 교회에 아이들이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 부부는 자신들의 세 아이부터라도 시작하겠다고 했다. 교회 문을 닫든지 아니면 믿음으로 ‘여름 성경클럽’을 시작하자고 비전을 선포했다.

2011년 8월 2박 3일짜리 ‘웨일스 여름성경클럽’(Summer Bible Club Wales)이 열렸다. 첫날 29명의 아이가 왔다. 둘째 날에 40명이 왔다. 마지막 날에는 50명이 참석했다. 마지막 날 아이들의 부모와 가족이 와서 교회당 아래층까지 발 디딜 틈이 없는 축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그다음 해 80여명, 세 번째 해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왔다. 웨일스의 탄광촌 시골 마을에 전대미문의 대부흥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2019년에는 14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복음으로 삶이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어린 자녀의 부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정에서 부모, 형제·자매에게로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갔다. 중고등부 자녀를 위한 ‘하이 파이브 유스 클럽’(High Five Youth Club)이 세워졌다.

매주 토요일마다 ‘10대를 위한 제자 훈련클럽’은 청소년을 그리스도의 정병으로 훈련하고 있다. 어린이 축구클럽이 생기고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점심 오찬 클럽’이 운영됐다. 이처럼 섬김을 통한 전도의 불, 부흥의 불이 웨일스에서 퍼져 나가고 있다. 한인 디아스포라에 의한 영국교회의 부흥이 시작된 셈이다.

처음에는 필라안디옥교회가 10여년 동안 60명 이상의 주일학교, 중고등부 단기선교팀을 파송해 여러 교회를 섬겼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문화권에서 자란 우리의 자녀들은 영국 어린이와 만나는 첫날부터 금방 친한 친구가 됐다. 자녀들이야말로 최고의 선교사였다.

지금은 미주지역 여러 PGM 회원교회가 연합해 영국 교회를 섬긴다. 한인 자녀들이 영국인 자녀에게 선교사로 흩어져 가고 있다. 복음의 빚진 자가 복음을 전해준 자에게 빚을 갚으러 흩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흐르는 디아스포라의 물결이다. 디아스포라에 의한, 디아스포라를 위한, 디아스포라의 선교, 즉 하나님의 선교인 것이다.

호성기 미국 필라안디옥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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