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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부동산 민심 오독

라동철 논설위원


부동산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다. 집 소유자이든, 전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이든 그 누구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면 정권에 대한 민심은 싸늘해지기 마련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첫손가락으로 꼽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나선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내놓은 대책이 엉뚱하다.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난상 토론 끝에 표결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인별 합산 6억원) 초과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이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거래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관련 법 개정을 거쳐 시행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양도세 부과 대상도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 자산가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부자 감세’를 선택한 것이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지만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밀어붙였고 과반 의원들이 동조했다.

민주당의 결정은 ‘부동산 민심 이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었을까.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민심이 대체로 일치할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민심은 제각각이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 폭등에 절망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테고, 폭등에 따른 이익은 누리지만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는 불만인 이들도 있을 게다. 민주당이 귀를 기울인 민심은 어느 쪽이었나.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는 보유세 강화, 불로소득 환수란 민주당 부동산 정책 기조를 허무는 정책이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동산 불패 신화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선심 쓰듯 깎아준 세금은 어디서 벌충할 건가. 부동산 민심에 대한 심각한 오독이 낳은 잘못된 결정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갉아먹고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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