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쭉 안했으면… ” 2030은 벌써부터 괴롭다, 회식!

‘5인 금지 해제’ 세대간 엇갈린 반응
“코로나 이후 저녁 있는 삶 좋아”
“후배 밥 사주며 유대감 쌓고 싶어”

직장인 이지은(31)씨는 다음 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심란해졌다. ‘회식 일정부터 잡자’는 상사들의 반응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퇴근 후 발레 수업을 듣는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왔지만 자칫 주 2~3회씩 회식을 했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씨는 21일 “회식이 부활한다고 생각하니 만족스러웠던 지금의 내 생활도 끝나는 것 같다”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식에 빼앗길지 두렵다”고 우려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사적 모임 기준 인원과 식당 영업시간을 완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는 정부 발표에 2030세대 직장인들은 ‘라떼 회식’(직장상사가 자신의 과거를 예로 들며 쓰는 ‘나 때는’이라는 표현을 희화화한 단어)이 부활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반면 기성세대 ‘직장 상사’들은 비대면 업무로 약해진 직원들 간 유대감을 회복시킬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전문가들은 유대감을 중시하는 기성세대 문화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2030세대 문화가 충돌해 ‘직장 내 세대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회식 없는 일상’은 익숙한 직장 풍경이 됐다. 직장인 박예진(26)씨는 “여러 명이 업무적인 대화가 필요하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시켜 함께 먹는 식으로 회식을 대체하고 있다”며 “개인의 시간을 뺏는 회식은 하지 않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년여가 2·3차까지 가는 회식을 하지 않더라도 업무나 직장 생활에 지장이 없음을 증명한 시기라고 여긴다. 2030 상당수 직장인들은 그간 저녁 시간을 자기계발이나 재충전 기회로 삼으면서 ‘라떼 회식’이 있던 과거가 얼마나 소모적이었던가 인식하게 됐다는 분위기다.
반면 기성세대 직장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회식을 ‘조직문화 확립’의 일환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코로나19를 핑계로 후배를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상사들은 새롭게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다행이라 여긴다. 50대 직장인 손모씨는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후배들에게 술 한 잔씩 사주면서 유대감을 쌓고 뭉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거리두기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회식 일정부터 잡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김상범(32)씨는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발표된 직후 첫 출근한 월요일에 상사는 ‘다음 달부터 회식 스케줄을 짜보라’고 지시했다”며 “막내 직원에게는 ‘메뉴와 식당을 고민해서 보고를 올리라’는 지시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강모(32)씨도 비슷한 지시를 받았다. 강씨는 “코로나 사태 이전엔 회식 장소와 메뉴를 정하는 게 내 일이었는데 한동안 없어졌던 업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부활하는 회식을 바라보는 세대별 차이는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사들은 비대면 업무로 거리감이 커진 조직 문화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회식을 중요한 수단으로 보는 반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같은 젊은 직장인들은 회식처럼 오래된 문화에 얽매이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처럼 의무적으로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방식보다는 세대별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아야 회식이 직장 내 갈등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성필 신용일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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