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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칼럼] ‘억까’하지 말자


코로나19 초기 방역과 백신 확보 놓고 ‘억지로 까기’ 난무
반면 세계는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하고 G7 정상들도 찬사

올해 경제 성장률, 기업인들의 대통령 해외순방 사절단 참여
문제도 무조건적 비판 쏟지만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 멀어

여야 대표가 억까하지 말자고 손을 맞잡은 것은 고무적 현상
언론과 정치권 모두 반성하고 국민 피곤하게 하지 말아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17일 상견례 자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단어는 ‘억까’다. ‘억지로 까다’의 준말이다. 젊은이들이 인터넷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송 대표는 “억지로 까는 소모적인 정치를 이제 하지 않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야당이다 보니 여당을 지적할 수밖에 없지만, 국가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억까를 하려고 한다면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호응했다.

억까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문제일 것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할 때 우리나라는 금방이라도 폭망할 것 같았다. 일부 야권과 보수 언론 등은 정부의 방역 실패를 기정사실화하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올 초 우리나라는 ‘백신거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 차질이 없고,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향해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억까는 계속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방역 모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1∼13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정상들이 K방역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어쨌든 K방역은 비교적 순조롭고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 모범국인 영국의 경우 지난 18일 현재 인구(6820만명)의 62.9%가 1차 접종을 마쳤지만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최근 다시 1만명대를 넘나들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을 때도 2000명대였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일 확진자가 최고 정점을 찍었을 때도 1000명을 조금 넘었을 뿐이고, 최근에는 300명대까지 안정적인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1차 백신 접종률도 30%에 근접할 정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은 일일 확진자가 5000~6000명대를 기록하다 최근에야 1000명대 이하로 줄어들었고, 1차 접종률도 16%대에 그친다.

경제 상황도 억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가 5.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4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3.5% 역성장을 기록한 기저 효과 영향이 크다. 세계은행이 올해 6.8%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미국도 지난해 성장률은 -3.5%를 기록했다. 유로 통화를 쓰는 유럽 19개 나라는 지난해 -6.6%에서 올해 4.2%, 일본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2.9%로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달 전망한 올해 경제 성장률은 3.8%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우리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다고 비판하지만, 지난해 0.9% 역성장으로 선전한 것을 감안하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지적이다.

지난 8년간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어 왔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억까에 대해 하소연했다. 박 회장은 “어느 대통령이든 사절단과 함께 팀으로 다니며 세일즈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처지”라며 “괜히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폄하할 때는 참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인들이 총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기업들을 쥐어짰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기업인들이 대통령 눈치만 보며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겠는가. 1년도 남지 않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선점하고, 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제발 억까하지 말자. 비판적 기능이 필요한 측면이 있긴 있지만, 대부분 언론이 지금까지 억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이념적 색채가 두드러진 언론의 경우 더욱 심했다. 정치권에서 교묘하게 언론을 활용해 억까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30대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이 대표가 들어서면서 오랜만에 정치권에서 자발적으로 억까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와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 쪽에서 찬물을 끼얹듯 이 대표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비판과 공격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억까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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