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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시간 찬양·기도로 극복 … 우리는 믿음의 듀오”

찬양앨범 ‘더 프라미스’ 발매
성악가 홍혜란·최원휘 부부

부부 성악가인 홍혜란(왼쪽)·최원휘씨가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한 스튜디오에서 찬양 앨범 ‘더 프라미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1. 2011년 테너 최원휘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 3대 콩쿠르 퀸엘리자베스의 수상자 발표를 미국 뉴욕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홍.혜.란.’ 1위 수상자 이름이 불리자 최원휘가 환호성을 질렀다. 퀸엘리자베스 성악부문 우승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최초였다.

#2. 지난해 2월 소프라노 홍혜란의 수화기 너머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의 노래가 들리자 홍혜란이 눈물을 흘렸다. 최원휘의 목소리였다. 그는 성악가에게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에 오페라 주역으로 올랐다. 홍혜란은 최원휘가 대기실에 통화 상태로 두고 나온 전화기로 모든 공연을 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동기인 홍혜란(39) 최원휘(40)씨는 부부 성악가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찬양앨범 ‘더 프라미스(약속)’를 냈다. 음반은 15년 전 뉴욕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첫 앨범은 찬양앨범으로 하자”던 둘만의 ‘약속’이었다.

지난 4월 부부가 발매한 찬양앨범 ‘더 프라미스’ 표지. 스톰프뮤직 제공

모태신앙인 최씨는 서울 온누리교회에 출석 중이다. 그의 부모는 은퇴 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홍씨는 유치원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한 스튜디오에서 두 성악가에게 약속의 의미를 들었다.

두 사람은 2001년 한예종 합격 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캠퍼스커플이 됐다. 2006년 결혼과 함께 뉴욕으로 유학길을 떠났다. 뉴욕행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성사됐다. 대학 3학년 때 최씨 성대에 이상이 생겼다. 노래는커녕 말도 하기 힘들었다. 최씨는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며 하나님께 울부짖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말도 하지 말라는 병원 당부와 달리 교회는 끊임없이 찬양 요청을 했다. 문득 하나님이 주시는 ‘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인을 깨닫고 주일 예배 때 성가대석에 앉아 회중찬양을 하는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어요. 찬양 중 하나님은 ‘분명히 너는 회복될 것’이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1년 넘도록 치료해도 차도가 없던 그의 목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의사마저 놀랐다. 최씨는 “아플 때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찬양자가 되겠다고 아내와 함께 기도했는데 이런 기적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그때 하나님은 미국을 비전으로 보여주셨다. 남편과 나는 믿음으로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생활은 쉽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으려고 홍씨와 최씨는 각각 장학금 받기 좋은 줄리어드와 매네스 음대에 진학했다. 집세를 아끼려고 이사만 10번이나 다녔다. 햄 한 장, 치즈 한 장 넣은 샌드위치가 도시락의 전부였다.

전문 성악가의 길은 홍씨가 먼저 나섰다. 2011~12시즌 오페라 ‘맥베스’로 메트 무대에 데뷔해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 인기 오페라에 출연했다.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은 또 다른 간증이었다.

홍혜란씨가 2011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공연하는 모습. 스톰프뮤직 제공

“첫 국제무대 도전인 데다 목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남편은 떨어져도 좋으니 가서 콩쿠르 기간인 한 달간 기도만 하고 오라고 했어요.”

남편의 말대로 홍씨는 먹고 연습하며 기도했다. 홍씨는 “어느 순간 ‘1등 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기도는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상식장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시상자가 1등 수상자를 부르기 직전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제가 1등을 수상해서 놀란 거라 생각했을 텐데, 아니에요. ‘하나님은 제가 1등 할 줄 아시고 먼저 이름을 불러 주셨나’ 하며 놀랐어요.”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2019년부터 한예종 전임교수로도 나섰다. 홍씨가 주목받으면서 최씨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씨 역시 “고난의 시간”이라고 고백했다.

최원휘씨가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무대에 오른 뒤 인사하는 모습. 스톰프뮤직 제공

시간은 걸렸지만 최씨는 미국과 유럽에서 오페라 작품의 주역을 맡으면서 서서히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뉴욕 마르티나아로요 파운데이션 주최 ‘호프만의 아야기’에서 호프만 역할로 열연한 뒤 뉴욕타임스는 그를 “강한 고음과 어두운 중저음을 유연한 프레이징으로 노래하는 매력적인 테너”라고 호평했다. 지난해 2월 그는 메트 측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예정된 가수의 컨디션이 악화됐다며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에 서달라고 했다. 한국에 있던 홍씨는 “나 오늘 메트에서 노래한다”는 수화기 너머 최씨의 말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최씨는 “우리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간 곳이 메트였다”며 “그곳 기둥을 잡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자리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무대에 올랐다. 하나님은 상상을 뛰어넘는 분”이라고 전했다.

부부는 선교와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2014년 뉴욕한인교회에서 단기선교 모금을 위한 리사이틀을 열었고 2017년에는 캄보디아에서 음악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 500여명 앞에서 노래했다. 지난해엔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해 기부금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최씨는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 일에 쓰임 받는 일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홍씨는 “결손가정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부는 다음 달 24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뉴욕 시절 같은 교회를 다니며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협연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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