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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세대갈등의 서막, 공존의 길을 열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세대갈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 17일 완성차 3사 노동조합이 정년연장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자 MZ세대 현장 노동자는 즉각 청와대 게시판에 반대 청원을 올렸다. 변화하는 기술은 뒷전이고 본인들의 존속을 위해 숙련 노동자를 허울로 삼아 정년연장을 외친다는 거다. 50대가 주축인 생산직 노조가 산업의 장기적 관점이나 젊은 세대의 일자리 문제는 개의치 않고, 오로지 제 살길만 찾고 있으며, 정녕 젊은 세대의 피를 빨아먹어야 시원하겠냐는 MZ세대의 항의성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완성차 3사 노조도 할 말이 있다. 현재 정년은 만 60세인데 반해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고 있고, 퇴직자들의 생계 위협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뒷짐 지고 있냐는 거다.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키울 거란 주장은 억측이며, 사측이 적극적인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초 반도체·IT업체에서 갈등의 징후가 나왔다. SK하이닉스 입사 4년 차 직원이 타 경쟁사보다 성과급이 낮게 책정된 이유와 산정기준을 공개해 달라며 CEO와 전사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MZ세대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쟁사 경력직 지원 인증샷을 올리며 동반 압박에 나섰다. 불똥은 타 업계로 들불 같이 번졌다.

회사 내 위계질서와 기밀 유지에 익숙한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런 MZ세대의 거침없는 행동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평생직장’을 가슴에 새기고 상사의 폭언쯤이야 한 귀로 흘리고 술잔 기울이며 털어내던 50대 아니던가.

역대급 무한 경쟁으로 생존해 온 탓에 티끌 같은 불공정에도 견디지 못하는 MZ세대의 마음가짐이 기존 제도 및 문화와 강하게 부딪치면서 본격적인 세대 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넘나들면서 자신들만의 노조를 만들기도 하고, 강력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여기에 폭등한 아파트값과 심화한 자산 불평등이 이들을 자극하면서 기성세대가 자산과 기회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이 생각들이 이준석 신드롬을 낳고, 정년연장 반대의 공을 쏘아 올리게 한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MZ세대가 외치는 공정과 경쟁, 실력이 사실 다른 세대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 속의 여론’ 따르면 ‘경쟁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18~29세에서 56.4%였지만 50~59세에서는 72.1%로 훨씬 높았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야 한다’에 동의한 비율도 20대(61.3%)에 비해 50대(63.6%)에서 더 높았다.

생각은 이렇지만 실제 50대의 행동은 다르다. 민주화 투사답게 투쟁을 통해 불공정을 보정하는데 익숙하다. 투쟁과 연대가 정년연장을 가능케 할 거라 믿으며, ‘분배적 공정성’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긴다. 시험과 경쟁은 분배적 정의 앞에 거추장스러운 절차일 뿐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MZ세대는 반발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화에 반대했듯 국민건강보험공단 위탁직원들의 정규직화는 절차적 공정에 위배되는 것이라 믿는다. 인위적 보정은 결국 실력을 키우고 시험을 준비해온 청년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공정할까? 답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세대 간의 반목과 경쟁이 더욱 첨예해질 거라는 점이다. 합계출산율이 0.84로 떨어지면서 우린 이미 세대갈등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출산 고령화의 특급 리스크 앞에서도 나랏돈 쓰는데 도통해 있는 정부를 보면 그저 아찔할 뿐이다. 내 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내가 부양해야 할 인구가 폭증하는데 감내하고 숨죽일 세대가 어디 있겠나.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은퇴자들의 생존, 비정규직의 직무안정, 성과급 기준 기밀을 외치는 것은 그저 싸우자고 덤벼드는 꼴이다. 상생의 길이라고 포장하고 허울을 씌우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상생의 길이 막혀 있다면 공존의 길을 열어야 한다. 같이 잘살자며 분위기 몰아갈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경쟁을 피할 묘안을 찾아야 한다. 연줄과 인맥이 아니라 ‘엑셀 다루는 능력’부터 키우라는 청년들의 질책 앞에 우선 겸손해지자. 이게 출발점일지 모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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