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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정상’의 정상화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곳곳에서 정상화 얘기다. 2학기 등교 정상화를 강조해 온 교육 당국은 최근 전면 등교를 위한 단계적 이행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7월부터 적용할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다. 그동안 재택근무를 병행했던 기업들도 하나둘 출근 정상화를 검토한다. 최악의 침체기를 걸었던 여행업계는 괌, 사이판 등 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여행 정상화에 대비 중이다. 통화 정책도 정상화 대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아예 올해 안이라는 시점까지 못 박으며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국내뿐이랴. 코로나19 백신 주요 제조사인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내년 말 까지 전 세계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기관, 단체, 업계 등이 앞다퉈 정상화를 선언하는 건 그만큼 그것을 기다렸다는 방증일 터다. 그런데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가 그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해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던 학생들의 반응을 보자. 교육부가 이달 초 등교 확대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학생은 49.7%로 절반 수준이다. 모임이 가능한 사람 수가 늘어나고, 식당·주점 등의 이용 시간이 다시 길어지는 것도 모두에게 달가운 분위기는 아니다. 다시금 장시간 근로, 회식 문화 부활 등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직장인들의 사연은 흔하다.

이런 반응을 단순히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은 게으름이나 반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불안감이 있다. “다시 예전 같아질 것 같다”는 불안이다. 코로나19 위기감이 최고치였던 때로 기억을 돌려보면 불안의 이유가 이해된다. 팬데믹이 한창이었을 때 많은 이가 앞다퉈 뉴노멀을 얘기했다. 위기의 정점에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정상’을 찾자는 제언들에 동의했다. 기존에 우리가 누리던 ‘정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그만큼 공감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해 더욱 화제가 됐던 책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석학 6인의 진단도 마찬가지였다. 생태,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각 전문 분야에 대한 그들의 진단 속 공통된 문제의식은 ‘팬데믹 이전 우리가 누리던 것들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변화하지 못한다면 설사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제2, 제3의 코로나가 올 것이라는 경고와 자성이 이 책을 관통한다. 실제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는 무한 경쟁과 성장, 개발, 도시화, 금융화, 필요가 아닌 욕구를 위한 소비, 개인화 등이 빚어낸 결과와 한계를 확인시켰다. 반대로 가족과의 시간, 환경을 돌아볼 여유 혹은 관심, 사회적 돌봄의 가치 등은 조금씩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의 끝이 얘기되기 시작하는 지금 이미 곳곳에서 보복 소비가 확인되고, 위기 동안 풀렸던 유동성은 금융의 힘을 더 키웠다. 위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빠르게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위기로 그렇게 많은 것을 내줬는데 그저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으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많은 것을 잃으며 얻은 ‘달라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그냥 날려 버린다면 그것은 정상화가 아닌 퇴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화를 앞둔 지금 ‘어떤 가치의 사회, 어떤 정상을 원하는지’를 물었으면 한다. 이 시점에 필요한 리더는, 곧 되찾을 것이라는 ‘정상’에 대해 묻고 방향을 찾았다면 ‘결단’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겠는가.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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