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10명 중 3명 “평생 저축해도 원하는 집 못 사”

[지령 1만호 특집-MZ세대 여론조사] 투자·자산 인식 물어보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젊은 커플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한결 기자

“딱 1년만 일찍 결혼할 걸, 나는 기회를 영영 놓친 게 아닐까.”

지난해 결혼을 준비하던 손모(30)씨는 신혼집을 구하다 무력감에 빠졌다. 서울 소재 공기업에 근무하는 손씨는 직장인인 예비 신부와 함께 서울 내 5억~6억원대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집값이 급등했다. 눈여겨본 매물들은 한두 달 만에 3억~4억원이 뛰었다. 자금조달 계획이 어그러진 그는 결국 구매를 포기하고 양천구에 전셋집을 구했다.

가구 소득만 보면 중상위 계층에 속하는 손씨지만 ‘내 집 마련’은 기약이 없다. 그는 “자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데 대출은 안 되고, 월급은 더 오를 기미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10년 이상 아득바득 모아도 출퇴근할 만한 지역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거주할 집 한 채는 꼭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씨 부부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소형 아파트라도 구매할 예정이다.

‘MZ세대’ 10명 중 3명은 평생을 저축해도 원하는 지역에 집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 평가한 경제적 계층이 낮을수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국민일보는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2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남성 522명, 여성 478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지령 1만호(지난 24일)를 맞아 MZ세대 인식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현재 소득을 몇 년간 저축하면 원하는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1.0%가 ‘살 수 없다’고 답했다. ‘10~20년’이 29.3%였고 ‘20~30년’ 17.2%, ‘30년 이상’ 14.9%였다. ‘10년 미만’이라는 응답은 7.6%뿐이었다.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주목할 점은 주관적 경제 계층에 따라 응답 양상이 달랐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하층’으로 여기는 청년은 44.6%가 ‘평생을 저축해도 원하는 지역에 집을 살 수 없다’고 답했다. ‘흙수저’ 청년 절반가량은 인생에서 원하는 곳에 부동산을 구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반면 스스로를 ‘상층’으로 생각하는 청년 가운데 42.1%는 ‘10~20년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다’를 골랐다. 아울러 상층 청년의 15.9%는 ‘10년 안에 집을 살 수 있다’를 골랐다. 둘을 합치면 58.0%다. 상층 청년 10명 중 6명은 어렵긴 해도 원하는 지역에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에 참여한 1000명 중 자신이 하층이라고 답한 청년은 462명, 중층은 431명, 상층은 107명이었다.

'집은 '거주 목적'과 '투자 목적' 중 어느 것의 비중이 더 크냐'는 질문에 응답자 58.7%는 '거주 목적이 더 크다'고 답했다. '투자 목적이 더 크다'는 답변은 18.3%, '거주와 투자의 의미가 비슷하다'는 16.8%로 조사됐다. 다만 계층이 높을수록 집을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층 청년 3명 중 1명(30.8%)은 '투자 목적이 더 크다'고 답했다. 중층은 20.2%, 하층은 13.6%가 같은 대답을 했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관점도 계층마다 달랐다. '다주택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층 청년의 44.8%는 '다주택 보유는 투기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중층은 38.7%, 상층은 28.0%만이 여기에 동의했다. 상층 청년의 절반 이상(54.2%)은 '본인 능력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치솟는 집값에도 청년들은 '임대'보다 '소유'를 선호했다. '내 집 소유에 대한 의견은 어느 쪽에 가까우냐'고 묻자 57.9%는 '거주할 집 한 채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어 '가능한 많은 집을 갖고 싶다'(24.3%) '생각해본 적 없다'(10.0%) '임대가 가능하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7.8%) 순이었다. 장기 공공임대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암호화폐에 더 높은 수익률 기대

MZ세대 10명 중 6명은 주식 투자 경험이 있으며, 10명 중 3명은 암호화폐를 거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거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63.8%는 '현재까지 손실을 봤다'고 답했다.

'주식투자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9.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주식 투자 시작 시점을 물었더니 37.4%는 지난해, 31.2%는 올해 투자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투자 열풍에 20, 30대 상당수가 뛰어들었음이 다시 입증됐다.


응답자의 평균 주식 투자 금액은 903만~1378만원 수준이었다. 설문조사 선택지 각 구간(100만~200만원 등)의 최소 금액과 최대 금액에 각각 해당 인원의 비중을 곱한 뒤 합계를 낸 값이다. 주식 투자 규모를 묻는 말에 32.2%는 1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100만~1000만원은 40.7%, 1000만~1억원은 25.8%, 1억원 이상은 1.3%였다. 성별로 남성은 1068만~1664만원, 여성은 686만~1002만원을 투자한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내부 보고서 'MZ세대의 특징과 금융산업에의 시사점'에서 재테크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거래가 직관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주식과 암호화폐로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동일한 투자조건과 리스크를 보유한 암호화폐, 주식을 '그나마 가장 공정한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풀이다.


암호화폐를 거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31.2%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39.8%, 여성은 21.8%가 암호화폐를 거래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한 전모(28)씨는 "적금 넣는 기분으로 매달 코인을 조금씩 구매 중이다. 가끔 은행에서 '특판'으로 나오는 적금은 이율이 5%면서 이것저것 조건을 요구하는데 코인을 그보다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평균 거래 금액은 337만~577만원 수준이었다. '암호화폐에 지금까지 투자한 규모'를 묻는 말에 48.8%는 1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100만~1000만원은 39.7%, 1000만~1억원은 11.5%였다. 자신을 경제적으로 하층으로 규정한 청년의 암호화폐 거래액은 274만~488만원이었다. '상층' 청년은 386만~607만원을 거래했다고 답했다.

암호화폐 거래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에게 손익 여부를 물었더니 63.8%가 '현재까지 손실을 봤다'고 답했다. 36.2%는 '현재까지 수익을 냈다'고 답했다.

MZ세대는 주식보다 암호화폐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호화폐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100% 이상'이라는 응답이 21.8%였다. 이에 비해 주식은 100% 이상 수익률을 기대하는 응답이 5.0%였다.


다만 MZ세대 대다수가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 경험이 없는 688명에게 '앞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17.6%만 긍정적인 태도(그런 편이다 16.4%, 매우 그렇다 1.2%)를 보였다. 이에 비해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청년 403명 중 41.7%는 '앞으로 주식투자를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조기 은퇴 꿈꾼다"

많은 돈을 번 뒤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8.4%가 '그렇다'고 답했다. 28.7%는 '매우 그렇다', 49.7%는 '그런 편이다'라고 했다.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답변은 18.2%, '전혀 그렇지 않다'는 3.4%에 불과했다.

'조기 은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산 규모'에 대해 응답자 23.2%는 '25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이라고 했다. '10억원 이상~15억원 미만'(21.6%), '15억원 이상~20억원 미만'(17.1%), '20억원 이상~25억원 미만'(14.3%)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10억원 미만을 꼽은 경우는 15.8%로 조사됐다.

방극렬 권민지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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