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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급변풍

임세정 문화스포츠레저부 기자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때가 있다. 그런 현상은 급변풍이라고 한다. 윈드시어(Wind Shear)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급변풍은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을 빚는 원인으로 종종 등장한다. 급변풍은 수직이나 수평 어느 방향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함께 변하면서 돌풍이 만들어진다. 급변풍은 모든 고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살면서도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누군가의 죽음, 새로운 만남, 뜻밖의 기회나 시련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거센 동요를 수반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놨다. 대부분 발이 묶였고, 많은 이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어떤 이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누군가는 그 속에서 새 가능성을 찾았다. 정보기술(IT)업계는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유통업계는 ‘재택 경제 활동’이라는 소비 패턴 변화를 목격했다. 콘텐츠업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세계 진출을 시작했다. 확장현실(XR) 기술 등을 활용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방향이 바뀌면 어떤 것들은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확인한 기업들은 줄였던 사무공간을 다시 확장하지 않을 수 있다. 언택트 문화가 더 편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 효용과 편의를 계속해 누리고 싶어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률이 28일 기준 30%에 근접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며 접종을 꺼렸지만, 이제 저마다의 기대감을 안고 집단면역 전선에 뛰어들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며칠 후면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되고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도 연장된다. 정부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문화·종교 활동 등을 할 때 인센티브를 준다. 언제까지 염려만 하고 아무 시도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인류는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극복해야 한다. 일상을 되찾는 일은 간절하다. 누군가는 이미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코로나 공포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일까. 그럼에도 마냥 들뜬 기분일 수만은 없다.

1985년 8월 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포트워스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델타 항공 여객기가 추락했다. 급변풍을 만난 탓이다. 블랙박스 분석에 따르면 착륙 전 800피트(약 244m) 고도에서 사고기 속력은 급격히 오르다 갑자기 떨어졌다. 양력(유체 속을 운동하는 물체에 운동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잃어버린 여객기는 추락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하게 될 시도들은 어쩌면 급변풍이 될 테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지만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백신에 기대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영국은 26일 기준 성인 인구의 83.7%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명에 다시 다가섰다.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지난 15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내 ‘노 마스크’ 선언을 했던 이스라엘은 확진자가 늘자 열흘 만에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백신 접종자의 재감염 사례가 많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경고가 된다.

지난 주말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했다. 한 시간 남짓이지만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밀폐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케 했다. 하지만 여행객으로 북적대는 공항에서 이미 터져나온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방향이 바뀔 때 바람은 세게 분다고 한다. 피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거센 바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각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어떤 것들은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세정 문화스포츠레저부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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