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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지방 ‘디커플링’ 시대

신창호 사회2부장


경제학 개념인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동반된 흐름을 타야 할 두 개의 경제 요소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이 올라야 정상인데 주가 하락에도 환율이 떨어지는 현상, 수출이 증가하는데도 국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일국 단위의 경제가 그 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경제와 전혀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도 디커플링이라 지칭한다. 미국 경제가 호황인데, 주요 수출국인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된다든가 하는 현상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다행히 경제 전반의 디커플링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으로 내려가면 인구와 집값의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수도권 인구 증가와 지방 인구 감소는 1970·80년대부터 있던 일이라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요즘은 그 폭이 너무나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로 출산율은 급감하는데다 그나마 이들이 대도시 수도권으로만 몰리니 지방은 인구 공동화 현상이 빚어져서다.

인구가 줄면 집값은 떨어져야 정상인데 요즘 지방 주택가격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수도권의 오름폭만큼이나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도심 재개발 지역과 신도시 지구는 평당 분양가가 5년 전보다 5배 이상 급등했다고 한다. 수요자가 줄어드는데도 지방 집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주택 공급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이 지방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서다.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얽혀 돌아가야 할 부동산시장의 물꼬 한 군데가 막히니 사겠다는 수요자는 안달이 나고, 팔겠다는 공급자는 더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수도권은 앞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팔고 사는 선순환이 이뤄지겠지만, 지방은 지금의 거품이 꺼지면 큰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의 지방 부동산 수요가 대부분 ‘가짜’ 수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 앞으로 살겠다는 사람의 숫자가 급감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버텨줄 리 만무하다.

지방의 인구 감소는 아예 지방자치단체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해 중반 대구·경북 통합론을 쏘아올리자, 다른 광역지자체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생각은 “이대로 10년만 지나면 지방 자체가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인구 감소폭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란 진단이다. 한국의 지방정부들은 수요자가 줄어드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이 이상한 현상을 어찌할 바 모르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디커플링이 나타나면 경제가 망가진다. 정상적인 순환 궤도를 그리는 경제 부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디커플링이 아예 국가 경제를 괴멸시킨 경우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농산물·광물을 엄청나게 수출하는데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반복하다 거덜이 났고,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소비 급감과 환율 폭등의 디커플링이 이어지다 폭망했다. 두 나라 경제 파탄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부패였다.

다행히 우리 지방의 인구·부동산 디커플링이 부패에서 기인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행정과 정책을 바꾸면 탈동조화된 인구와 부동산의 곡선을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집값이나 땅값은 정책이나 행정, 수요와 공급으로 떨어뜨리고 안정화시킬 수 있지만,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인구는 처방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출산율이 올라가지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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