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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칼럼] 안에서 본 한국, 밖에서 본 한국


응원으로 떠들썩한 유로 2020 적막감 감도는 코파 아메리카
두 지역의 극명한 대조, 코로나 대처 능력·리더십 차이에 기인
코로나 사태 겪으면서 실감하는 높아진 우리의 위상
국민 합심해 이룬 성과이기에 스스로 폄하할 이유 없어

세계 축구를 양분한 유럽과 남미의 최고 국가대표 팀을 가리는 ‘유로 2020’과 ‘2021 코파 아메리카’ 열기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유로 2020은 유럽 11개국 11개 도시에서, 코파 아메리카는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다. 유로 2020은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다. 두 대회는 7월 11일 같은 날 막을 내린다.

공교롭게도 두 대회 폐막일은 같지만 관람 환경은 천양지차다. 유로 2020은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 소리로 떠들썩하다. 반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코파 아메리카는 적막감이 감돈다. 유럽인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멋진 무회전 프리킥을 경기장에서 감상할 수 있어도 남미인들은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의 현란한 드리블을 현장에서 볼 수 없다. 이 같은 극명한 차이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유럽과 브라질의 능력과 수준 그리고 리더십 차이에서 기인한다. 3자적 입장에서 유럽과 남미 중 한쪽을 고르라면 대답은 자명하다.

달포 전 서울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대학친구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이 된 친구다. 매년 한 차례 국내에 들어오다 코로나19로 어렵사리 이뤄진 2년 만의 방문이었다. 대화의 시작은 역시나 코로나였다. 대화를 이어가다 서로를 부러워하는 순간이 있었다. 친구는 비록 4명이나마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우리의 환경을, 한국에 사는 우리는 화이자 2차 접종까지 마친 그를 부러워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바깥 생활을 엄두조차 못냈다고 했다. 계속되는 봉쇄조치로 집밖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고 투덜댔다. 그랬던 친구였으니 아무 거리낌 없이 친구와 한잔할 수 있는 고국의 분위기가 매우 그리웠단다. 그러면서 입국 당시 느꼈던 몇 가지를 안주 삼아 얘기했다. 전쟁 난 줄 알았단다. 인천공항에 들어서니 방호복으로 무장한 요원들이 물샐틈없이 감시해 포로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백신 접종을 마쳤는데 2주 자가격리라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도 했다. 무용담을 끝내며 친구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인데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야.” 많게는 하루 수십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미국적 시각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백신 도입 초기 당시 ‘백신거지’라며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주된 비교대상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벌써 인구의 몇 배나 되는 백신을 확보했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이 정도냐는 식의 비난이 거셌다. 그러나 현재의 백신 접종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30%에 근접한 데 비해 일본은 21%(6월 27일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접종 속도 또한 한국이 빠르다. 스마트폰 앱에 기반한 우리의 잔여백신 접종 시스템을 일본이 부러워하는 지금이다. 백신거지론은 과학과 통계로 얘기해야 할 코로나19 문제조차 진영 논리로 접근하다 빚어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더 인정한다. 영국 G7 정상회의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키며 ‘방역 넘버원의 나라’라고 하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한·오스트리아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방역 조치와 코로나 통제 등에 대한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에 대한 인사치레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기자가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한 세계 챔피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라고 문 대통령에게 한 질문까지 인사치레로 치부하긴 어렵다.

선진국 클럽의 대명사 G7 개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G7 정상회의 개최국이 한국 등을 초청한 것은 G7 체제로는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래서 G7을 대체할 새로운 그룹으로 거론되는 것이 D10, G11이다. 어느 경우든 한국의 참여가 확실시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건 분명해 보인다. 여권은 문재인정부가 잘한 결과라고 자랑하고 싶겠으나 이러한 성취는 특정 진영의 업적이 아닌 온 국민이 합심해 얻은 결과이다. 그렇기에 야당이 폄하할 이유가 없다.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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