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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쥴리

손병호 논설위원


쥴리(Julie)는 서양에서 흔한 여성 이름이다. 라틴어 율리아(Julia)가 어원으로 젊다, 생기 넘치다, 명랑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71년에 미국 신생아에 붙여진 이름들 중 쥴리가 10번째로 많았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특히 벨기에에선 2005년에 4위에 랭크됐다. 스웨덴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버그가 써서 20세기에 히트한 연극 ‘미스 쥴리’도 이 이름이 널리 퍼지게 하는 데 기여했다.

대선 정국에서 갑자기 쥴리가 소환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30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를 둘러싼 접대부설, 유부남 동거설 등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김씨가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의 접대부로 일하다 검사들을 알게 됐고 윤 전 총장도 만났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김씨는 “공부하고 일하느라 쥴리를 할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 누가 소설을 썼다”고 했다.

대선에서 가족이 이슈로 부각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때마다 아들 병역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 활동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형, 형수와 다툰 일이 악재로 남아 있다.

대통령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국민의 롤모델인 만큼 선거 때 가족 관련 일들도 다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마타도어성 얘기나 사실이라 해도 너무 지엽적인 흠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사생활 영역까지 선거의 중심 이슈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더 중요한 것들을 검증할 시간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특히 지어낸 얘기를 퍼뜨린다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를 그르치게 하는 범죄 행위다. 유권자가 그런 거짓 정보에 휩쓸리지 않게 하려면 후보 측도 이상한 주장이나 뉴스가 나오면 신속히 사실관계를 설명해 혼선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겠다. 쥴리 소동을 보노라면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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