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 책 판매부수가 불신받는 이유

김남중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소설가 장강명씨에 이어 ‘90년대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도 인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건 모두 출판사 측에서 뒤늦게 인세를 지급함으로써 인세 누락이 사실로 확인됐다. 두 사건은 출판사들이 관행적으로 인세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래된 의심을 다시 끄집어냈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인세를 속이는 곳이 있느냐”며 대단히 예외적인 일탈 사례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어느 업계나 계약 위반 사건이 일어난다”면서 “인세 누락 역시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계약 위반 사건”이라고 불평했다.

출판사가 책 판매부수에 따라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는 오랫동안 불신을 받아왔다. 출판사가 판매부수를 실제보다 낮게 잡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 판매부수를 출판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가 수치를 속이려 들면 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인세 정산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출판사들이 가끔 발견된다.

핵심은 책 판매부수다. 이 수치가 정확히 집계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출판사들이 의심을 받을 이유도 없고, 저자들이 인세에 불만이나 불신을 가질 이유도 있다. 영화나 연극은 실시간으로 티켓 판매량이 집계되는데 왜 책은 안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책 판매부수를 집계하는 게 꽤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책은 수천 곳의 출판사에서 연간 8만여종이 생산되고, 전국 1500여개 서점에서 판매된다. 게다가 서점과 도매상은 출판사에서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위탁받아 판매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맡아 팔린 부수만큼 대금을 지급하고 안 팔린 책들은 반품하는 방식이다. 이런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 구조 때문에 출판사들조차 자기 책 판매부수를 정확히 집계하는 데 애를 먹는 게 사실이다. 현재 출판사들은 출고부수에서 반품부수를 뺀 수치를 판매부수로 잡아 인세를 정산하고 있다.

책 판매부수는 서점 판매 기록이 실시간 취합되면 정확히 집계될 수 있다. 현재 서점들이 사용하고 있는 포스 시스템을 통합하면 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해결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통합전산망은 서지 정보, 출판사의 출고 기록, 서점들의 판매 기록 등이 모두 올라오도록 설계됐다.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통합전산망을 정부가 주도하고 관리하는 데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출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판사가 매일 확인하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주요 서점 5곳의 판매정보를 저자들도 볼 수 있게 ‘저자 출판사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쌤앤파커스, 다산북스 등 몇몇 출판사들은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개발해 저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윤 회장은 “여기 거론된 서점들의 매출을 합하면 단행본 매출의 70% 정도는 될 테니 책 판매의 큰 동향은 당장 확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도서 판매부수에 대한 불신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강명 임홍택 작가의 고발이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 며칠 전 만난 선배는 본인이 1990년대 출판 담당 기자를 하던 시절에도 인세 사기 사건들이 있었고, 출판유통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김남중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