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타다?’ 프롭테크 기업 급증… 기존 산업계와 충돌 확산

프롭테크포럼 회원사 225 곳 늘어
직방 “중개 수수료 받겠다” 선언
공인중개사협, 직접중개에 반발
다방도 전자계약 서비스 도입 예고


부동산 투자부터 관리, 심지어 투기에 이르기까지 정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이 정보를 일부가 독점하거나 전문가들이 어렵게 모았다. 프롭테크(Proptech)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모은 부동산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프롭테크산업이 성장하면서 부동산 정보의 주도권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최근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 ‘온택트파트너스’를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일대 변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직방은 매물정보를 게재해주고 광고비로 수익을 올리던 기존 플랫폼 시스템에서 한발 나아가 공인중개업자의 중개과정 일체를 돕고 중개수수료를 나눠 가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협회)는 이 모델이 사실상 부동산 직접중개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협회는 지난달 22일 낸 입장문에서 “공인중개사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갖고 중개시장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며 “직접중개에 뛰어들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시장을 독식하려는 불공정한 행태를 정부와 국회에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충돌하는 이른바 ‘부동산판 타다 사태’가 본격화한 것이다.

반면 직방은 중개시장 신규 진출이 공인중개업자들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려는 게 아니라 공인중개업자들의 디지털 진출을 도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직방은 파트너가 될 공인중개업자에게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한 후 7월 중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중개법인을 설립했다. 중개법인과 파트너 공인중개사가 공동중개하는 형식을 띤다는 게 직방의 설명이다.

협회와 직방의 이견은 크다. 양측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물밑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에서는 직방이 향후 수수료를 높이거나 중개법인을 통해 직접중개에도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직방 자회사 슈가힐이 상가용 부동산 중개업체 ‘네모’를 통해 직접중개에 나선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직방이 사업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이 적고 협회도 현재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양측이 모두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수수료 분배 비중(50%)을 중개업소와 플랫폼의 기여도에 따라 조정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공인중개사 업계는 (직방 모델을 받아들이면서) 이 기회에 대출 알선과 이삿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종합부동산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내 입장을 좁히지 못할 경우 양측 모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직방은 시장 장악력이 큰 만큼 새로운 사업모델을 관철하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끝없는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협회도 외국계 프롭테크 기업의 국내 진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존 질서를 고집하고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양상은 ‘타다 사태’와 배달업계의 신구 산업 충돌과정에서 공통으로 벌어졌다.

양측 모두 사전에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쓴소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 수요가 커지면서 프롭테크 기업의 성장이 예상됐는데, 사전 대화나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플랫폼으로서 직방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모델도 적지 않았을 텐데 바로 ‘플레이어’가 될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대화에 임했어야 했다”며 “기존 업계도 (프롭테크산업의 성장을) 모르지 않았는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준비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프롭테크 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은 앞으로도 빈번할 수 있다. 프롭테크 기업은 성장 속도가 빨라졌지만 수익모델은 여전히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KOREA PROPTECH STARTUP OVERVIEW’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을 공개한 총 57개 기업 중 매출액이 100억원이 넘는 업체는 21%였다. 30억원 미만 기업은 61.4%였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회원사는 현재 225곳까지 늘었는데, 직방과 유사하게 부동산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가 28곳이다.

직방과 협회의 갈등 해결 양상은 추후 프롭테크 기업의 사업모델 다각화 과정에 끼치는 시사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직방에 이어 다방도 자체 개발 부동산 전자계약 서비스 ‘다방싸인’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사자 간 해결에 의존하지 말고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난해 감정평가사협회와 빅밸류가 업역(업무 영역) 문제로 충돌했을 때도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와 빅밸류를 혁신기업으로 지정했던 금융위원회 모두 조율에 실패했다. 김 교수는 “(빅밸류와 감정평가사협회) 양쪽 주장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타협점을 제공해줬어야 했는데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중개업과 관련해서도 어디까지가 고유한 영역이냐,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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