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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북한, 남과 같은 국가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지난달 국민일보가 지령 1만호를 맞아 실시했던 MZ세대(18~39세)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인식 조사였다. ‘한민족 동포’라는 대답이 17.1%였고, ‘적성 국가’라는 답이 17.3%였다. 한민족 동포라는 단어는 통일의 상대라는 의미를, 적성 국가라는 단어는 6·25 남침을 저질렀고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라는 의미를 각각 내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응답을 합치면 34.4%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MZ세대가 가장 많이 선택한 대답은 ‘(우리와) 상관없는 남과 같은 국가’(31.0%)였고, ‘이웃 국가’라는 답은 19.7%, ‘관심 없다’는 답은 14.9%였다. 과장을 보태자면, 1945년 해방과 동시에 강요된 분단, 그로부터 5년 뒤 벌어졌던 6·25전쟁이라는 참극이 낳은 북한의 대표적인 두 가지 상징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MZ세대에게 북한은 애증의 대상이 아니라 만나기 싫고 관심도 없는 이상한 이웃 나라일 뿐이다.

문제는 북한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위협적인 존재이며, 우리가 외면해도 끊임없이 위협적인 행동과 보상을 요구하는 존재다. 감정적으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이웃인데, 계속 봐야만 하는 사고뭉치 이웃인 셈이다.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은 위험한 이웃을 다루기 위해 각기 다른 북핵 해법을 추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대북 압박을 통한 핵 포기 강제 노선을 추구했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은 대북 지원을 통해 핵 포기 유도 정책을 추진했다. 두 노선 모두 시도할만한 정책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북한이 조만간 무너질 것 같다는 보수 정권의 희망은 희망에 그쳤다. 김씨 3대 독재로 이어지는 북한 체제는 여전히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고,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 개발은 계속됐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다.

충분한 보상과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희망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최고의 장면은 2018년 4월 27일 도보다리 회동이었다. 국민들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3년이 지난 현재 도보다리 회동은 추억 속 장면이 됐다. 지금 남과 북은 서로 연락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연락을 하는데,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대북 통지문을 보내고,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를 청해도 대답이 없다.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무시한다는 이른바 ‘읽씹(읽고 씹다)’이다. 예의가 없는 것이고,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북 정책도 압박과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여권의 이 지사는 1일 출마선언문에서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반도평화경제 체제, 북방경제 활성화, 국익 중심 균형외교를 언급했다. 기존 민주당 정권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단어들이다. 야권의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정치참여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어 적과 친구, 경쟁자와 협력자 모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게 북한은 친구보다 적에 가까운 듯하다.

1992년 북핵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30여년간 시도됐던 압박과 지원이라는 두 가지 해법을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치열했던 과정만큼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여전히 북핵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남북은 불안한 대립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다른 관점과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MZ세대는 ‘남과 같은 이웃’이라는 관점을 선택했다. 너무 많은 기대와 환상을 가지지도 말고, 그렇다고 북한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매도하지도 않는, 무관심한 이웃의 접근법이다. 물론 이성적인 해법이라기보다 감정적인 태도에 가깝다. 최근 만난 한 전직 외교관은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문이 닫혔다. 당분간 (핵) 불균형 속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가 단칼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문재인정부에서 실증됐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장기적이고, 조금 더 냉정한 북한 접근법을 고민할 때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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