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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미·중 간 회색공간 활용해야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올 상반기 국제외교 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미·중 전략경쟁이다. 작년부터 미·중 갈등이 무역 영역을 넘어 기술, 지정학, 제도 등의 영역으로 확산됐고 이 추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중전략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와 놀라울 정도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의 부상이 위협이라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중국이 부상하는 방식을 문제삼고 있지만 미국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세력균형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더 근본적 원인이다. 중국 GDP는 구매력 평가로는 수년 전에 미국을 넘어섰고, 환율로 환산해 비교하면 미국의 70% 수준에 도달했다. 2030년 전후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가 미·중관계의 대결적 성격을 강화시키고 있는데 수사적으로 아무리 격렬하더라도 미·중 경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

먼저 미국의 공세가 중국의 부상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단시키기는 어렵다. 중국은 이미 높은 수준의 제조업 기초와 내수시장을 갖췄고, 시장경제 메커니즘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해도 미국의 지위를 대체하기 어렵다. GDP가 같더라도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사회의 전반적 발전 수준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크고 다른 국가들에 큰 매력을 갖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미·중 경쟁에서 단기간 내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압도하기 어렵다.

올 상반기 미·중 경쟁의 추세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면적 압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중 공세를 강화했다. ‘제노사이드(인종 말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관련 제재도 확대했다. 반도체와 통신 산업의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사슬 구축에 나섰다. 그리고 쿼드, G7 등의 외교무대에서 반중연합 강화를 시도했고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중국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줬지만 중국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미국과 협력 관계에 있는 대부분 국가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협력을 지속할 의지를 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 교역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대미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40.5%, 대미 수출은 20.6% 각각 증가했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이 국가들은 미국이 시도하는 반중연합과 거리를 두며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다.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반시장적 정책에 대한 우려와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표현 강도는 미국이 원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반기에는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미·중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이미 5월 말과 6월 초에 리우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 상무장관, 재무장관 등과 통화해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10월 말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대면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대중 압박이 풀어지는 걸 원하지 않고 중국은 핵심 이익,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미·중 관계를 협력적 방향으로 전환시키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최근 추세는 미·중 경쟁이 세계를 흑백으로 나누기보다 협력과 견제가 교착하는 회색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중 사이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 회색 공간에서 우리의 자율성과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제기된 과제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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