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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의 역할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6월 22일 기준 사망자가 875명을 넘어섰고, 체포된 사람만 6242명에 이른다. 아세안은 지역위기 해결자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아세안-중국특별외교장관회의’에서 미얀마 문제에 대해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했다. 시민불복종운동(CDM)은 감소하는 모양새다. 1988년 ‘8888항쟁’과 2007년 민주화 시위를 통제한 경험과 인력, 재원을 보유한 군부에 대항하기에는 시민 역량이 부족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얀마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미국, EU 등 서구 선진국은 군부 인사들과 그 가족, 그리고 군부 소유 기업(MEHL, MEC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한국도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 폭력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위해 압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개방기 동안 중국에 비해 미얀마 경제 참여가 적었기 때문에 서구사회의 미얀마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다.

게다가 미얀마 3위의 직접 투자국이자 주요 원조공여국인 일본은 군부 관련 기업들의 철수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1988년 신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 미얀마 제재의 일환으로 시행한 원조 중단이 교역과 투자, 개발협력 부문에서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미온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얀마 제재를 반대해 왔고, 오히려 쿠데타 이후 25억 달러 규모의 미린갸잉 LNG 발전소 사업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제재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6월 중순 미얀마 군부와 합작으로 북부 샨주의 제강공장(Pinpet)을 재가동하기로 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서구의 제재 강화, 지원 중단, 기업 철수 등이 미얀마 시민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고민할 때다. 지난 2월 비상사태 이후 미얀마 봉제 근로자 40만명이 실직했다. 유엔은 코로나19 확산과 쿠데타가 투자·소비침체를 촉발했고, 2022년 미얀마 인구 5400만명 중 절반이 절대빈곤선인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5월 들어 대형 의류회사인 프라이마크(Primark)와 H&M, 덴마크의 베스트셀러(Bestseller) 등은 미얀마 업체에 주문을 재개키로 했다. 군부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면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우리 기업도 군부와 직접 연관이 없다면 사업 철수보다 미얀마 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효성,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우리 기업들이 철수한다면 러시아와 중국 기업에 사업권 확대 기회를 제공하게 되고 미얀마 군부를 더 이롭게 할 수 있다. 군부와 직접 연관된 사업이 있다면 현지 진출 서구 기업과 연대해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들이지만, 미얀마 진출 기업들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숨통으로 기능하길 바란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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