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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불신 자초하는 정책 엇박자

고세욱 경제부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2년7개월 만에 만났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 하고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돈 뿌리기를 공식화한 데 따른 ‘정책 엇박자’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리다. 둘은 ‘취약 부문 지원’의 재정정책과 ‘금융 불균형 부작용 해소’를 위한 통화정책은 상호보완적이지 엇박자가 아니라고 했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겠다는 거다. 한은과 정부의 말대로 되려면 유동성이 온전히 사회적 약자에게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 내용과 재원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코로나19 피해지원’(약 15조7000억원)에서 취약층 직접 지원액은 소상공인 지원(3조9000억원)과 저소득층 소비플러스자금(3000억원)이 전부다. 카드 캐시백 등에 쓰이는 나머지 11조여원은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재원은 올 초과 세수(31조5000억원) 위주로 짜여졌는데 이 중 13조원이 부동산·주식 활황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증여세 등에서 나왔다. 한은의 금리 인상 주장은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에 따른 금융 불균형 때문에 제기됐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금융 불균형이 재정정책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현시점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상극이지 보완 관계가 될 수 없는 구도다.

현 정부 경제 정책에서 엇박자 논란은 새롭지 않다. ‘탈원전’은 엇박자 정책 중 으뜸이다. 정부는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원전 수출 협력’을 약속했고 지난달에는 체코 원전 수주 활동에 사력을 다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에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자간담회에선 “사용후핵연료 안전 문제 등이 해결돼야 국내서 원전을 지을 것”이라 했다. 전형적 표리부동이다.

정부는 올 연말 끝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취득세 감면 기한을 연장할 방침이다. 미래차 산업 육성 차원이다. 하지만 이달부터 전기차 충전 요금이 인상되는 데다 내년에는 그 폭이 더욱 커진다. 이러니 “전기차를 사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운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엇박자 정책에 부동산이 빠지면 섭섭하다. 여당은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그런데 동시에 10년 이상 보유·거주 시 8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양도 차익에 따라 최대 50%까지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올랐고 수도권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칫 서울에서 오래 산 고령 1주택자는 되레 양도세가 늘어날 수 있다. 집값 급등에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생색만 내다 만 격이다. 부동산 대출에서도 정부는 무주택자들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우대 혜택을 늘리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라는 규제도 내놨다. “앞에서 어르고 뒤에서 때린다”란 불만이 적지 않다.

정책 엇박자는 포퓰리즘과 당국의 좌고우면이 낳은 폐해다. 이는 고스란히 정부 불신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집값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친문’ 핵심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금기시하는 ‘갭투자’를 통해 ‘부동산 적폐 본산’으로 치부되던 강남 입성에 성공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때 서울 흑석동 상가를 매입, ‘흑석 선생’으로 통했던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한결같은(?) 행보는 모든 걸 설명해준다. “정부 말을 누가 믿겠냐”고.

고세욱 경제부장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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