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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결혼 후에도 외모는 중요한가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할 수 있으면 외모는 버려라.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찾을 때 주로 외모, 성격, 경제력을 고려하는데 이 중에서 외모를 버리면 훌륭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혹시 외모를 다 못 버리겠거든 키, 얼굴, 몸매 중에 하나만이라도 꼭 버려라. 그럼 그나마 괜찮은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알던 형이 내게 해줬던 말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민망하기도 하고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은 결혼해서 자녀가 두 명이나 있었고, 나는 결혼 전이었다. 그 당시 형은 중매쟁이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외모를 너무 따져서 좋은 상대를 놓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결혼 후에는 (결혼 전에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외모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하여튼 형은 결혼 조건으로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형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배우자를 고려할 때 외모를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생각한다. ‘외모, 성격, 경제력 중 어느 것이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외모보다 성격이나 경제력을 내세우는 조사 결과가 종종 발표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가 기대 이하면 아예 만나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성격이나 경제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외모는 성격이나 경제력을 고려하기 위한 최소 관문인 셈이다. 이쯤 되면 적어도 결혼 전에는 외모가 최강 조건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경향성이 (수많은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여자보다 남자에게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남자의 성격과 경제력이 만족스러우면 외모는 타협할 의지가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잘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결혼 후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인이 이쁘면 처갓집 말뚝까지도 예뻐 보인다’를 넘어 ‘부인이 이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런 속담처럼 이쁜 아내를 둔 남편들은 (그렇지 않은 남편들에 비해서) 결혼 후에도 부부 관계가 더 행복할까? 아니면 훌륭한(?) 중매쟁이였던 형의 말처럼 외모라는 것은 화려한 껍데기일 뿐 결혼 후에는 아무런 실체와 의미가 없는 허상일까? 즉 남자들은 의미 없는 외모를 쫓는 것일까, 아니면 결혼 생활에 의미가 있어서 외모를 쫓는 것인가?

관련하여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짐 맥널티 교수는 수백명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배우자의 외모 매력도가 결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4년간 추적하며 조사했다. 예상했듯이 남자와 여자의 성차가 발견됐다. 지혜로운 조언을 던졌던 형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배우자의 외모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결혼 생활에 더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런 경향은 추적한 4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됐다.

반대로 여자의 결혼 생활 만족도는 배우자의 외모 매력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4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부인이 이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도 연구 결과에서 사실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여자의 외모 매력도가 높을 때 남자는 (결혼 생활에서) 여자에게 더 친절히 대했고, 이는 또한 여자의 결혼 만족도를 높였다. 결혼 전에도 그리 외모를 따지더니 결혼 후에도 남자는 배우자의 외모로 행복을 느끼나 보다. 배우자의 외모에 따라 남자의 태도가 달라지기까지 한다니 조금 씁쓸한 연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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