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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AI가 그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AI와 인간의 미술대결 다룬 웹툰 ‘제타’

웹툰 '제타'의 주인공 최후람 화가가 AI 제타의 작품을 표절해 그린 '무의식의 자화상'. 실제로 구글의 AI를 사용한 '딥 드림 제네레이터'가 그린 그림이다. 네이버웹툰 제공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이 그린 미술 작품을 보고 ‘스탕달 증후군’(훌륭한 예술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 오는 신체적 이상 증상)을 겪는 인간이 등장할지 모른다. 웹툰 ‘제타’에서 금세기 최고의 천재 화가 최후람이 AI 제타의 그림을 표절했다는 ‘무의식의 자화상’을 보고 있으면 섬찟하다. 인간과 AI의 미술대결을 다룬 ‘제타’에 나오는 모든 미술 작품은 실제 구글의 AI가 그린 그림들이다.

‘딥 드림 제네레이터’(deep dream generator). ‘제타’의 그림들을 그린 AI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이제 AI에도 적용된다. 구글에서 만든 딥 드림 제네레이터는 신경 네트워크를 사용해 이미지 수백만 개의 시각적 패턴을 파악한 다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인간을 보조하던 수준의 컴퓨터 예술을 넘어섰다.

‘제타’의 하지(예명) 작가는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직접 딥 드림 제네레이터를 사용하면서 아마추어적인 수준에서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여태까지 ‘제타’에 나온 그림과 앞으로 나올 그림들은 모두 AI가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제타’는 2055년 가상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거기선 AI가 인간의 영역 한 발짝 뒤까지 쫓아와 있다. AI는 세계 최대의 국제 미술제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한다. AI를 향한 인간의 반발은 극에 치달아 ‘반 안드로이드 시위’까지 벌어진다.

작가가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세기의 바둑 대결을 보고선 “이러다 정말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지 모르겠다”는 상상으로 만든 세상이다. 2020년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2기에서 장려상을 받으며 데뷔한 작가의 첫 작품이다.

주인공 최후람은 이런 인류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대변한다. 가상의 작품 ‘귀로’로 인류 최고의 화가 대접을 받지만, 슬럼프에 빠져 자기가 만든 벽을 깨지 못하는 인물이다. 신경질적이고 비뚤어져 있으며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으로 AI ‘제타’의 작품을 표절한다. 작가는 이런 최후람의 모습에 “현실에서도 인류를 위협할 ‘인간보다 완벽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 존재들을 죄의식 없이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속 AI 화가로 등장하는 제타. 네이버웹툰 제공

작가가 묘사한 AI 제타가 인간을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편한 골짜기’ 현상이 절로 느껴진다. ‘불편한 골짜기’는 1978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 교수에 의해 처음 제안된 현상으로 사람 뇌에서 인간과 매우 유사한 로봇을 볼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다. 작가는 “인간의 외모를 가진 제타는 인간을 뛰어넘은 능력도 있고,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부분도 가진 캐릭터”라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누가 인간의 조건에 근접하는지 등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중과 언론은 둘의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최후람과 제타가 무대의 정중앙에 배치되고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들에만 이목을 집중한다. 때론 갈등을 고조시킨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AI는 이미 대중의 삶 곳곳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며 “그래서 최후람과 제타의 대결이 자신의 삶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구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일이 아니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고 가십으로 소비하는 현실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소재를 잘 골랐다. 창작자가 창작의 어려움이나 번민을 그리는 것은 만화에서도 계속된 흐름이지만, 이를 AI와 연결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며 “창작 모방 표절의 구분은 AI 이전에도 논란이 많은 영역이라 이를 잘 표현해낸다면,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쟁적인 작품을 앞에 두고 네이버 웹툰 댓글 창에는 즉석 토론장이 열렸다. 누리꾼들은 “인간과 로봇이 다른 점은 논리의 흐름 차이다” “AI를 짜인 대로 하는 코드일 뿐이라고 하기에는 인간도 전기적 신호로 작동하는 분자 덩어리일 뿐” “진짜 미술 분야는 AI들이 건들진 않았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AI 문제를 뛰어넘어 하지 작가가 그리고 싶은 건 결국 사람 이야기다. 그는 “언젠가 AI가 인간의 능력을 앞지른다 해도 새로운 것에의 도전은 인간의 전유물로 남을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존재,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연재라 떨리지만 지각하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밤낮으로 원고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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