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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어떤 대통령을 뽑을까


춘추전국시대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여권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9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정 전 총리로 단일화했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거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살아온 이력만큼이나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거는 캐치프레이즈도 다양하다. ‘경제 대통령’ ‘부패·무능 정권 교체’ ‘촛불 개혁 완수’ ‘탈레반에서 정권 되찾겠다’ 등등.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단으로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도 고초를 겪은 윤 전 검찰총장이나 원전 감사를 지휘하다 중도 사퇴한 최 전 감사원장은 소신대로 자기 일을 할 수 있었다면 대선 출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 듯하다. 이에 맞서 ‘윤석열 저격수’로 추 전 장관까지 등판함으로써 대선판 모양새가 코미디로 흘러간다. 아직도 ‘쥴리’나 ‘X파일’ ‘여배우 스캔들’ 등 확인도 안 된 ‘카더라’ 통신을 흘리며 상대방 후보를 흠집 내려는 모습은 역겹다.

한국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고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2021년이다. 가상화폐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 열망이 30대 제1야당 대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도 한국정치는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공작정치, 삼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거판은 여전히 정책 검증보다 색깔론이나 사생활 등 네거티브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캐나다에선 40대 총리가 선출되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3세 연하의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좌익활동을 했던 장인을 문제 삼자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라며 반박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윤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주 그의 장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흑백필름을 되돌리는 듯하다.

경제를 부흥시키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의 성찬 속에서 쭉정이와 알곡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대한민국 역사는 진영 논리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복수혈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합 시대를 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도 온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으며 떠나기는 틀린 듯하다.

어떤 리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직후인 1920년 태어나 12명의 대통령을 겪은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물었더니 “자유민주주의를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 그는 “지도층이 사회정의를 말하는데 가만 보면 네 편, 내 편을 따진다”며 “가난한 건 이길 수 있어도 정의가 무너지면 살 수 없다”고 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목사들이 특정 정치인을 따라 줄 서지 않았으면 한다”며 “기독교 이름 걸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회는 다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기독교를 표로 보게 만들면 안 된다며 기독교인들은 평화 통일 민주 등 기독교적 가치에 적합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1000만 기독교인 표를 얻기 위해 일부 후보들은 공공연히 장로, 집사 등 교회 직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우매한 유권자들이 장로라고 표를 몰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 전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후보가 자기네 교회 장로가 아니라며 10여년 전 그 후보가 초신자로 교회에 처음 왔을 때 본 것밖에는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 후보에게 복음을 전해서 교회 잘 나오게 하고 하나님을 잘 믿게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정치 목사들이 활개를 치고 신당까지 만들어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요즘이다. 교회만이라도 아수라장의 정치판을 경계하고 하나님만 바라봤으면 한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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